- 이송단계서 최적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체계 개선이 전제 조건
- 복지부 응급의료과장 “현장 우려처럼 여건 안 되는데 무조건 받으라는 것은 아니다”
- 응급의학과의사회 “지침에 강제성을 넣는 순간 응급의료 끝장 나는 것”
보건복지부가 응급환자의 중증도 분류나 초기 처치 이전에 최종치료과의 의사 및 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의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마련한 가운데 의료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환자를 수용하라고 한다는 의료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복지부의 지침대로라면 의식 저하 등을 호소하는 응급환자에 대해 신경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는 병원들도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수용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응급실 병상 포화와 진단 모니터링 장비 부족, 다수 중증응급환자 내원으로 응급환자 응급실 추가 수용이 불가능한 경우 등 병원이 수용 거부를 할 수 있는 사항들을 정리해 고지할 방침이다.
복지부가 이같은 내용을 시행규칙으로 마련해 조만간 확정, 고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전해지자 의료계와 현장에서는 강한 거부감이 일고 있다. 치료할 의사와 병실이 없어도 환자를 무조건적으로 받으라는 것이 과연 의료현장과 환자를 진정 생각하는 일이냐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1일, 복지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응급실 진료 의사가 없거나 병상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응급환자를 수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직 확정된 안도 아니며 복지부는 해당 내용을 소방청, 지방자치단체, 중앙응급의료센터, 지방응급의료지원센터,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환자단체, 법률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체계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행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응급의료과 김은영 과장은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지침이 이송단계에서 환자의 중증도 분류, 응급의료전달체계의 전면 개편과 함께 추진되는 사항임을 강조했다.
김 과장은 “이송 단계에서 파악할 수 있는 환자 정보와 응급실 단계에서 파악할 수 있는 환자의 정보가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중증외상이라면 외상센터에 가야한다. 이렇게 잘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먼저 이송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온 환자를 응급실 자체적으로 환자 평가나 응급처치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최종 치료가 안 된다고 수용을 거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위해서 이송 단계에서 프리 케이타스(Pre-KTAS, 병원 전 중증도 분류 기준)도 마련하고 지역별 이송지침을 수립하고 있다. 이송단계에서부터 이건 같이 가야하는 문제”라며 “현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병원은 전혀 안 되는데 무조건 받으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권역응급의료센터라고 해서 모든 치료가 완벽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응급실 단계와 최종 진료과의 역량의 차이도 있다”며 “응급의료기관 중 중증환자를 잘 볼 수 있는 곳들은 최종 치료 역량까지 포괄해서 지정 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을 수행할 것이다. 그래야 응급실에 갔는데 최종 치료가 안 돼 전원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런 부분은 함께 추진하면서 응급실 쪽에서는 소방에서 수용 요청이 왔을 때 원칙적으로는 받는 것이 맞다. 그것을 지켜달라는 의미”라며 “앞뒤를 다 빼고 의사도, 병상도, 장비도 없는데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환자를 지침에 따라 수용한 후 최종치료가 불가능해 전원을 하려해도 전원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전원이 일어나지 않도록 응급의료기관 자체의 역량 강화를 한다는 것이 전달체계 개편 논의에서 이미 이뤄졌던 부분”이라며 “불가피하게 전원해야 하는 경우에는 현재 있는 중앙응급상황실 외에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만들어 전원 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정당한 수용곤란 고지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불가피하게 받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법령 개정을 통해 의료진 책임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은 “지역의 모든 병원이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임의로 수용할 병원을 정해서 소휘 환자를 밀고 들어가야 한다”며 “그럴 때 발생할 수 있는 의료적 책임에 대해서는 감면해줄 수 있게 현행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형 감면 조항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느끼는 법적 처벌에 대한 불안감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어느정도 면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협의체에 들어와있는 환자단체에서도 공감을 한 내용”이라며 “다만 면책의 범위를 너무 크게 잡았을 때 환자들의 방어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런 해명에도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들을 담은 지침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복지부가 현재 시행하려는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고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복지부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지침을 그대로 따를수도 없을뿐더러 지침에서 모든 행위에 대해 케이스별, 지역별, 기관별로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만약 복지부가 내놓는 지침이 강제성을 띤다면 그 순간 응급의료는 끝장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중앙에서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줄테니 지역별로 협의체에서 지역 상황에 맞는 이송지침을 만들라는 수순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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