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FAERS 분석 결과, DOAC 복용 환자서 미만성 폐포 출혈 징후 확인
- 美연구팀 "장기기능 악화 상황에서 항응고제 변경 고려해야"
- 최의근 교수 "미만성 폐포 출혈 연관성 밝혀지지 않아…DOAC 처방 주저할 상황 아냐"
임상연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DOAC(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의 출혈 위험성이 실제 진료현장 처방 데이터에서 드러났다.
FDA(미국식품의약국) FAERS(이상사례보고시스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DOAC를 복용한 환자에게서 DAH(미만성 폐포 출혈) 징후가 감지되었다.
DAH은 폐포 모세혈관에서 폐포 내로 출혈하는 질환이다. 급성 호흡부전을 일으킬 수 있고 단기간에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객혈, 빈혈, 방사선 검사상 급성으로 진행되는 미만성 폐포성 음영 등이 나타날 때 DAH로 의심한다.
DOAC은 피를 묽게 해 혈전을 예방하므로 태생적으로 출혈 위험을 갖고 있다. DOAC은 와파린과 비교해 두개내출혈 측면에서 안전하나 위장관출혈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임상연구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DAH는 임상연구에서 나타나지 않고 실제 처방 이후 보고됐다는 점에서, 진료현장에서는 DOAC 복용 이후 DAH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는 8~11일 미국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국흉부의사협회 연례학술대회(CHEST 2023)에서 공개됐다.
미국 뉴욕 로체스터 종합병원 Chengu Niu 박사 연구팀은 2013~2022년 자발적 보고로 수집된 FAERS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DOAC인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 베빅사(베트릭사반), 프라닥사(다비가트란), 릭시아나(에독사반), 자렐토(리바록사반) 복용자에서 보고된 이상반응을 분석하는 약물감시 연구를 진행했다.
FAERS에서 약물 연관 DAH 사건을 2998건 확인했다. 이 중 462건이 DOAC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DOAC 연관 DAH는 고령인 65~85세(59.3%)에서 빈번하게 발생했고, 여성(32%)보단 남성(61%) 비율이 높았다. DOAC 적응증에 따라서는 심방세동(51.9%), 정맥혈전색전증(14.5%) 환자가 많았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DAH 보고 오즈비(ROR)는 12.84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DOAC 복용 시 DAH 보고 가능성이 약 1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95% CI 11.65~14.20). 이는 무시할 수 없는 결과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DOAC 연관 DAH 사례 중 0.4%가 사망했다. 이들의 약 84%는 생명을 위협하는 과정이 있었고 입원이 필요했다.
약물별로 보면, DOAC 연관 DAH 사례 중 자렐토가 47.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엘리퀴스가 27.1%로 뒤를 이었다. 자렐토 연관 DAH 보고 가능성은 5.8배(ROR 5.80; 95% CI 5.06~6.66), 엘리퀴스는 6.48배(ROR 6.58; 95% CI 5.42~7.76)로 조사됐다.
그러나 자렐토와 엘리퀴스는 DOAC 출시 초기에 가장 많이 사용됐기에, 상대적으로 처방이 적었던 프라닥사와 릭시아나의 DAH 보고 가능성이 불균형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프라닥사 연관 DAH 보고 가능성은 13.47배(ROR 13.47; 95% CI 11.01~16.48), 릭시아나는 21.44배(ROR 21.44; 95% CI 14.21~32.33)였다. FAERS에서 확인된 베빅사 연관 DAH 사례는 없었다.
Niu 박사는 "DOAC 처방자에게 항혈전제 스튜어드십 중요성이나 근거 기반 처방의 중요성, 적절한 후속관리 및 모니터링 진행, 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 필요성 등을 다시 한번 알려야 한다"며 "환자 진료 시 혈압 등 잠재적으로 수정 가능한 출혈 위험요인을 관리해야 한다. 또 장기기능 악화 상황에서는 잠재적으로 항응고제 변경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FAERS는 의료 제공자와 소비자의 자발적 보고로 이뤄지므로 사건에 대한 편향 가능성이 있다. 또 데이터가 불완전한 경우가 많아 DOAC 연관 DAH 보고가 DOAC 때문에 발생했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 이번 FAERS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발표에 앞서 DOAC 복용 후 DAH가 발생한 개별 환자 증례가 보고된 바 있다.
2012년 프라닥사로 2개월 동안 치료받았고 발작성 심방조동 및 심방세동 병력이 있는 78세 남성 환자가 객혈과 호흡곤란으로 입원했고, 검사를 통해 프라닥사 연관 DAH를 확인한 사례가 있었다(Intern Med 2012;51(18):2667~2668).
2014년에는 엘리퀴스를 복용했고 호흡곤란과 마른기침이 있으며 실신과 저혈당증을 내원한 79세 여성 환자의 임상소견을 고려해 DAH를 진단한 사례가 보고됐다(Chest 2014;146(3):e115~e116).
2016년에는 교통사고로 다발성 외상이 있는 51세 여성 환자에게 심부정맥혈전증 예방을 위해 릭시아나를 투약했고,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릭시아나 연관 DAH를 진단한 사례가 발표됐다(Case Rep Crit Care 2016:2016:7938062).
환자 사례 보고 당시에는 DOAC 역전제가 없었기 때문에 DOAC 복용 이후 DAH 감별진단 및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DOAC 연관 DAH를 주의해야 할 합병증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DOAC을 복용하는 환자 중 객혈 사례가 일부 있지만, 대다수 2~3일 치료를 중단하면 객혈이 줄어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된 경우가 드물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DAH가 DOAC 때문에 발생했다는 명확한 기전 및 근거가 없어, 이번 보고로 DOAC이 갖는 의미가 희석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순환기내과)는 "DOAC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와파린 대비 출혈 위험을 많이 낮췄다는 것이다. 이번 분석에서 확인된 DOAC 연관 DAH가 실제 임상에서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을지 조심스럽다"며 "DAH는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고, 아직 DOAC과 DAH가 연관됐는지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 DOAC은 피를 묽게 해 혈전 예방 목적이 있는 만큼, 이번 보고로 DOAC이 갖는 의미가 희석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진료현장에서는 DOAC 복용 환자에서 DAH 증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전략을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제품 라벨에 DAH에 대한 위험 내용이 추가될 수 있으나, 이 때문에 DOAC 사용을 주저할 상황은 아니다"며 "진료현장에서는 DOAC을 복용하는 환자가 객혈하거나 숨이 차는 등 증상을 보인다면 논의를 통해 치료를 중단하거나 다른 약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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