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청과학회,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의사 표명 “필수의료 지원책이 우선돼야”
- “낙수효과라는 단어 사용 자체가 필수의료 의사들에겐 큰 상처”
- 수련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 추정 150명... 전문의 진료 수가 강화 시급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할 경우 극심한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필수의료 인력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소아청소년학과 의사들이 정부의 정책이 근본적 원인은 무시한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없이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린다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소아청소년학과 임원들은 19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소청과학회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최근 급속도로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굉장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필수의료과로 인력이 자연스럽게 유입돼 ‘낙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 관련해 낙수효과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김한석 기획이사는 “낙수효과라는 말을 의료계에서도 쓰고 있는데 이 표현이 마치 필수의료를 두고 ‘할 것 없는 사람들이 한다’는 느낌으로 쓰는 것 같다”며 “그런 말을 의료계 스스로도 사용하고 있는데 ‘파급효과’ 등 다른 표현을 써야 한다. 낙수효과라는 말이 필수의료과를 지원한 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또 정부 정책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김지홍 이사장은 정부 의대 확대 정책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의대 정원 확대보다 먼저 필수의료로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이를 통해 늘어날 정원에 대한 의대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리면 10년 후 의사로 배출되는 셈인데 필수의료 문제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하는 문제”라며 “우선 비보험시장과 필수의료시장 간의 수가 조정을 통해 균형을 맞춘 뒤 인력을 늘린다면 필수의료로 인력이 유입되는 효과를 볼수도 있다. 늘어날 정원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무작정 늘리기만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교육시스템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의대 정원을 500명, 1000명을 늘린다고 해서 의사가 쉽게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만큼의 인력을 양성하는 것에 필요한 교수 인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숫자부터 지르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필수의료과로 인력을 유입할 방안만 있다면 현재 의대 인원으로도 충분히 필수의료과 문제를 해결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강훈철 학술의사는 “매년 3000여명이 넘는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는데 그 중 500명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고 미용이나 성형쪽으로 향한다. 그 중 상당수가 필수의료과로 지원하도록 유도한다면 전혀 문제 없다”며 “의사 수가 부족해서 소청과 지원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유인책만 있다면 충분히 인력 충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중에 할 게 없으면 소청과라도 하겠지’라는 생각에서 낙수효과라는 말이 나온 것 같은데 의사는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직”이라며 “낙수효과로 힘든 진료과에 의사가 몰릴것이라고 생각하는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나영호 회장 역시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일부 진료과는 늘어날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소청과의 경우 이미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지원하고 있는 사람는 상황”이라며 “더불어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도 부족하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의대 정원을 늘려도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소청과 전공의로 인해 소아 진료가 추후 더 큰 차질을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수련병원의 30%는 내년에 소청과 전공의가 1명도 없는 실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소청과학회가 지난 8월 말 진행한 수련병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3년 과정을 모두 수료하는 전공의는 120여명이며, 내년에는 100여명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빠지는 인력에 비해 전공의 지원은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돼 인력 부족이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수련병원의 70%는 현재 소청과 진료와 병동 운영을 감축했고, 그 중 30%는 진료량을 현재의 50%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낫다. 내년 전공의 인력이 충원되지 않을 경우 진료량을 더 줄이겠다고 응답한 수련병원도 30%에 달했다는 소청과학회의 설명이다.
김지홍 이사장은 “수련 기간 3년에 모집 정원 200명을 계산하면 600명이 최대 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태 조사 결과 현재 전국 수련병원에 있는 소청과 전공의는 연차 당 평균 50명으로 약 150명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150명이 못하는 나머지 일을 교수와 전문의가 하고 있는데 엄청난 인건비가 투입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주간 병동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교수들이 외래 진료를 하거나 수업할 때 병동을 지켜주던 전공의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전공의 부족을 메워줄 수 있는 전문의 배출 자체가 어려우면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학회 차원에서 전문의 진료를 활성하기 위한 수가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전문의 역량 강화를 위한 술기 교육 강화 등 전문성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도 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정부에 전문의 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가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전문의 역량을 올리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올해 처음으로 술기 워크숍을 핸즈온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상담과 훈육 워크숍을 비롯해 온라인 교육센터도 열었다. 역량 강화를 통해 진료의 질이 먼저 올라야 보다 당당하게 수가 개선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진료 시스템이 전문의로 유지돼 전공의가 유입되기 전까지 최소한 중환자만이라도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도 지난 9월 소청과 후속대책을 발표한 이후 피드백을 통해 학회 의견을 반영하기로 약속했다. 그걸 믿고 정부와 논의를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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