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생후 1개월된 영아 사망에 병원 책임 없다” 원심 뒤집고 파기환송

- 기침 증세 보여 응급실 내원한 1개월 영아, 호흡곤란·청색증 보이다 결국 숨져
- 대법원, 원심 뒤집고 병원 측 손해배상 판결 기각 취지 파기 환송
- “의료진 주의의무 등 과실과 영아 사망간의 인과관계 입증 안 돼”

생후 1개월된 영아가 병원을 내원했지만 끝내 사망한 사건에서 원심 법원이 의료진 과실을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는 판결이 나왔다. 원심에서는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점이 인정되어 사망과 인과관계가 충분하다고 설명했으나 대법원에서는 이 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학병원 운영법인을 상대로 A양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다시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양은 지난 2016년 1월 7일 기침 증세를 보이다 B대학병원 응급실을 급히 방문했다. 의료진은 당시 급성 세기관지염으로 판단해 조치했으나 다음날 호흡곤란과 청색증을 보이며 급격히 악화됐고, 아데노바이러스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같은 달 11일 오전 10시 30분경 A양의 호흡수가 점차 불안정해지자 의료진은 기관 내 삽관을 시행했고 오후 9시 20분경 소아청소년과 병동 간호사 C씨가 A양을 살피던 중 가래 끓는 소리를 듣고 기관 흡인을 했지만 산소호화도가 95% 이상에서 64%까지 급격하게 저하됐다. 이후 의료진이 앰부배깅과 기관 내 삽관,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흉천자까지 했으나 A양은 끝내 숨졌다.

A양의 유족은 병원 측의 조치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B병원 의료진이 기관 흡인을 하다 기관 내 삽관한 튜브가 빠져 산소 공급이 중단됐고, 이 때문에 A양이 저산소증으로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의료진이 응급조치까지 제대로 취하지 못해 A양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지난 2019년 열렸던 광주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로 보기 어렵다며 유가족 청구를 기각했으나 지난 2021년 1월 원심(항소심) 재판부 병원 측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으며 산소공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A양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이 기관 내 삽관을 하며 충분한 깊이로 삽관하거나 위치 표시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다. 기관 흡인이나 앰부배깅 등 산소공급 조치를 취하면서 삽관한 튜브가 빠졌으나 빠진 튜브를 다시 제때 삽관하지 못한 부분도 인정된다”며 “이 때문에 A양이 저산소증에 빠져 결국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어진 상고심인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의 의료진 과실로 인해 A양이 사망했다고 확실하게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B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려면 기관 흡인 당시 의료진 과실로 인해 삽관된 튜브가 발관됐다고 입증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튜브 발관과 급격한 산소포화도 저하 사이에 인과관계는 물론 의료진이 신속하게 튜브를 재삽관하지 못하며 상황이 악화되어 A양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도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 재판부는 이런 인과관계 증명 없이 튜브 발관 등을 이유로 A양이 사망에 이르렀고, B병원 의료진 과실이라고 단정지었다”며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소재를 법적으로 다루면서 과실과 인과관계 증명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꼭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은 분명히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고 재심리 및 재판단하도록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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