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수평위, 전문과별 전공의 조정안 의결
- 이비인후과 전공의 사라진 7곳 “대책 마련하라” 반발
- 복지부 “학회와 충분히 논의했다” 조만간 확정 발표
비수도권 전공의 티오를 전문과목별로 45% 정도로 늘려보겠다는 조정안을 확정하였으나 논란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수련교육환경은 후순위로 밀려나 수도권 55%, 비수도권 45%로 맞추는 데만 급급한게 아닌가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열어 26개의 전문과목 학회별로 조정해 전공의 정원을 확정하였다.
조정은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을 토대로 학회별로 이뤄졌다. 복지부는 진료실적, 지도전문의 수, 신청 정원 등을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정원을 줄여 비수도권 소재 국립대병원에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증원 1순위는 국립대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순으로 배정했다. 남은 정원은 사립대병원에 배정됐다.
하지만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 자체가 대형병원에 유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전문과목별 전공의 정원 조정에서 ‘빅5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회 차원에서 조정안을 마련하지 못한 응급의학과와 이비인후과는 수평위가 조정한 안대로 의결됐다. 특히 이비인후과는 전공의 정원이 1명밖에 없는 수련병원 7곳에서 1명씩 감원해 비수도권 수련병원 7곳에 배정했다. 이에 수도권 소재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동성심병원, 상계백병원, 원자력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중앙보훈병원과 비수도권인 부산성모병원은 2024년도 전공의 모집부터 이비인후과 전공의를 뽑지 못한다.
이들 수련병원은 반발했다. 이비인후과의 경우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차원에서 전공의 배정 자동복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한 순간에 1, 2년차 전공의가 모두 사라진 곳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강동성심병원, 상계백병원, 원자력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중앙보훈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들은 13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이비인후과학회에 전공의 정원 조정 절차와 감원 대상 기준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특히 전공의 정원이 1명인 수련병원에서 감원하면 “정원 조정이 아닌 수련병원 폐지 수순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상계백병원과 원자력병원은 자동복원정책에 따라 2023년도 전공의 모집에는 다른 수련병원에 정원을 양보하고 2024년도 모집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배정되 정원 자체가 없어졌다. 또한 서울 동부권(상계백병원과 원자력병원, 중앙보훈병원, 강동성심병원) 4곳과 경기 북부 소재 1곳(의정부성모병원)에서 모두 이비인후과 전공의 모집이 중단돼 “지역불균형을 악화시키고 의료공백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수련환경평가 결과, 전공의 정원 2명을 배정받을 수 있는 2군 수련병원 지위를 유지해온 강남세브란스병원과 강동성심병원도 “전혀 예상치 못한 기준으로 수련병원 취소와 다름없는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전공의 정원이 0명으로 감원되면 당장 내년부터 야간과 휴일 응급진료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수도권 지역의료 시스템은 붕괴된다”며 “응급환자 처치, 중증 환자 기도관리와 같은 필수의료에 차질이 생길 것이며 다른 병원 수련교육 업무는 더욱 과중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마련한 학회 수련환경평가지침에 따른 배정을 무시하고 산술적인 계산만으로 전공의를 추가 배정하는 것은 비수도권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자는 정책 취지와 무관하다”며 “감원 대상 병원에 수련병원 폐지나 다름없는 선고를 내려 또 다른 의료 불균형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정원을 조정하지 않고 수평위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한 이비인후과학회에도 책임이 있다며 “심각한 의료 불균형과 의료공백 문제가 수도권 이비인후과에서도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엇보다 복지부가 마련한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결국 2~3년 이내 수련병원이 폐지되고 의국이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매일 악착같이 책임을 다해 일해 온 1,2군 수련병원 전문의들이 수련환경이 좋지 않게 만든 주범으로 낙인찍히고 있다”고도 했다.
복지부는 학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기준을 마련했으며 지역완결 필수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이날 “조정 기준은 수평위 산하 교육평가위원회 등을 통해 학회와 같이 논의했다. 다만 편의성을 위해 복지부가 생각하는 방향성 등은 제시했다”며 “전문과목 학회들과 합동회의를 갖고 상의하면서 진행했으며 복지부가 단독으로 정한 기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에 유리한 기준이라는 지적에는 “수련교육 효과성, 지역완결 필수의료체계 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타당한 배정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동의하는 의견도 많았다”고 반박했다.
송 과장은 학회별로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강조하며 “학회들도 많이 이해했고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돼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정원 조정으로) 손해를 보는 수도권 수련병원 중심으로 얘기가 나와 아쉽다. 비수도권 수련병원들이 목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방향성에는 동의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 10일 수평위에서 의결한 전공의 정원 조정안에 대해 정책 자문 등을 받은 후 조만간 수련병원별로 안내할 계획이다. 송 과장은 “수평위에서 결정한 내용에서 큰 변화를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복지부는 수평위 회의가 있던 지난 10일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전국 종합병원에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요조사 협조 요청’ 공문을 긴급으로 발송했다. 복지부는 “지역·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인력 확충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기 위한 조사라며 13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복지부는 수련병원 현재 전문의·전공의 수와 향후 5년간 연도별로 추가 채용이 필요한 전문의·전공의 수요를 파악한다.
이에 수련병원들 사이에서는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기 전에 실시했어야 하는 조사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긴급으로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을 조사한다는 공문을 받았는데 황당하다”며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전공의 정원 조정을 하기 전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조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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