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고 있는 의대 정원 논의…"의미 없는 숫자 나열"

- 구체적 증원 정책 없이 대학 수요만 앞세워
- "결국 총선용…책임 전가로 의학 교육 붕괴"

머지않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티오를 증원하기로 정한 정부가 가장 먼저 내놓은 것은 '대학 수요조사 결과'이다. 이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증원 규모를 책정하겠다고 정부는 말하였다. 의료계에서 원하는 적정 의료인력 규모는 현재 밝히지 않았다. 정부의 정책들이 '역행’하고 있고 내놓는 숫자들은 결국 '무의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정부가 지난 21일에 발표한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자면 대학들은 오는 2025년까지 최대 2,847명, 2030년까지 최대 3,953명을 늘리기를 원하였다. 의학계에서는 이 수치를 "무의미한 숫자 나열"에 불과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원을 증원해야 하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논리나 방식은 없으며 단순 수요만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신찬수 이사장(서울의대)은 이날 정부가 수요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을 두고 "발표 자체가 의미 없다"고 했다. 신 이사장은 "증원 규모 책정을 위한 논의 시작이 숫자가 되면 안 된다. 지금 의료 현장에 필요한 인력 추계부터 해야 한다. 1,000명이 되든 1만명이 되든 현장 수요를 산출한 결과와 정부가 가진 예산 등을 고려해 규모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오늘(21일) 발표한 숫자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정할 때) 마지막으로 참고할 사항일 뿐이다. (지금) 발표하는 의미가 하나도 없다"며 "그런데도 이렇게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건 숨은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장한 회장(울산의대) 역시 의대 정원 논의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적 고민 없이 수요조사 결과라는 '희망 사항'을 앞세워 "숫자놀음"만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왜 정원을 증원해야 하고 어떻게 증원할 것인가 정책적 관점에서 추계해 3,000명이라는 숫자가 나와야 그 숫자에 의미가 있다. 지금은 어떤 고민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필요하니까 증원한다' 뿐이다. 이런 논리로 나오면 반대편이 무슨 이유를 대도 소용없다"고 했다.

김 회장은 "만약 정부가 연 300명씩 10년간 점진적으로 증원하고 3~5년마다 평가하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면 의료계도 고민했을 것"이라며 "지금 정부는 당장 2025학년도부터 3,000명을 늘린다는 태도다. 다가오는 선거용 정책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선거를 앞두고 쏟아내는 대중영합적 정책 일부에 불과하다"고 했다.

의학계는 이런 "대책 없는 증원"이 부실 교육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고려의대)은 "(정부는) 의학 교육을 강의실에 책상만 더 놓으면 가능하다고 여긴다. 실습 부분에 대한 대책도 전혀 없다"면서 "수요조사대로 증원하면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실 교육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정 회장은 "그간 의학회에서 정원 증원을 논하려면 의학 교육 분야 투자 확대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재로선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늘어나는 비용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된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정부도 국민도) 원하는 걸 얻으니 당장은 모두가 괜찮다고 믿는다. 그러다 교육이 무너지면 대체 누가 감당하나. 무책임하고 무의미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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