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료진의 성급한 시술로 악결과, 피해 배상? 책임 없어”

- 협심증 위험 낮았음에도 관상동맥조영술, 연축유발검사 진행했다며 병원 측에 손해배상 청구
- 인천지방법원, 정신적 피해만 일부 인정한 판결 내려
- “의사가 합리적으로 선택한 치료법, 결과 나쁘다고 무조건 책임 요구 안 돼”

환자 측이 의료진의 성급한 결정으로 실시된 의료행위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배상을 하라며 병원 측을 향해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했으나 법적 공방 끝에 정신적 피해만 인정됐다. 법원은 의사가 합리적으로 판단 속에서 선택한 치료법에 대하여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앞선 판례를 뒤집지 않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A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에서 환자 측에 A의료법인이 1,500만 원의 위자료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 내렸다.

환자 B씨는 지난 2020년 5월 18일 A법인 산하의 C병원에서 관상동맥조영술과 연축유발검사를 실시받았다. B씨가 검사를 받던 도중 관상동맥박리와 심실세동 증세를 보이자 의료진은 즉각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체외막산소공급장치를 착용시켜 응급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했다. 수술이 끝난 직후에도 출혈이 이어지자 의료진은 지혈제를 투여하고 다시 시험적개흉술과 지혈술을 실시했고, 부정맥과 저혈압 치료를 위한 심율동전환술을 실시해 항부정맥제도 투여했다.

2일 뒤인 20일 B씨는 심초음파 검사에서 혈종이 나타나 흉골절개부개방 후 혈종 제거와 세척술을 받았고 28일부터는 심장재활치료를 시작해 한달여가 지난 6월 19일 퇴원했다.

B는 의료진이 협심증 위험이 낮은데도 의료진이 관상동맥조영술과 연축유발검사를 성급하게 시행했고 시술 중에도 주의를 소홀히 해 관상동맥우회술까지 받아야 했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3000여만 원을 비롯해 총 손해배상금 5987만 4758원에 지연이자 기금까지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씨 측은 “의료진은 시술 도중 도관 조작에 의한 혈관 손상 방지를 소홀히 했다. 관상동맥박리를 확인하고도 신속하게 스텐트 삽입술을 실시하지 않아 관상동맥우회술까지 받았다”며 “또한 시술 합병증이나 시술 대신 비침습적 검사나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병원은 C병원 의료진이 설명 의무를 위반한 점은 인정되지만 시술 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선 진료기록 감정에서 B씨가 협심증 저위험군으로 “약물치료 대신 시술을 결정한 것은 예외적이긴 하지만 시술을 해서는 안 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재판부는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특정 진료 방법을 선택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료 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이번 시술도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도관 조작을 소홀히 했다는 B씨 측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비록 시술 도중 관상동맥박리가 발생하긴 했으나 “의료진은 카테터를 사용했고 조영제나 혈관수축제 등 약물을 주입하기 전에 카테터로 인지되는 압력에 이상이 있는지도 확인했다”며 “카테터를 잘못 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이 관상동맥박리를 인지하고도 스튼테를 삽입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를 과실로 판단하기엔 어렵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시술 중 2시 31분경 관상동맥박리를 인지하고 혈관확장제를 투여했지만 1분 뒤인 32분경 우관상동맥 원위부까지 혈관 박리가 확인돼 스텐트 시술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응급 관상동맥우회수술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텐트 삽입은 혈관과 심장 박동이 어느 정도 유지될 때에 가능하다. 그러나 진료 감정에서 B씨는 혈압이 유지되지 않았고 심정지가 일어나 스텐트 삽입이 어려운 상황이라 의료진이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이유로 의료진이 신속하게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진이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은 있다고 인정했다. 의료진이 시술 전 서면으로 합병증 위험이나 약물치료 등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이것이 구체적인 설명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서면으로 B씨에게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수 있고 전신 마취로 출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렸다. 약물치료도 최근 개선이 되었으나 동맥경화 협착 병변이 진행돼 재관류요법이 필요한 경우 충분한 대체 방법은 되지 못한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시술 전 시점에서 B씨가 약물치료만 하면서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거나 시술 과정에서 관상동맥박리 가능성과 이에 대한 조치를 구체적이고 상세히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인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한 수준이 아니므로 그 책임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한정해야 한다”며 “시술로 인한 부작용 위험 정도나 시술 후 B씨의 증상과 치료 경과, 현재 상태 등을 고려해 위자료는 1500만원으로 한다”고

이에 따라 재판부는 B씨의 손해 배상 청구를 일부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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