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 늘려봤자 인기과 개설, 일반의 개원만 늘어나는 현실 “효과 없을 것”

- 의대 정원 확대 국회 토론회서 “필수의료 환경 개선 우선” 목소리 높아
- “정부 대책에 대한 회의감, 지금도 해결 못하면서 10년 뒤를 어떻게 장담하나”
- “응급의학과 2년차 전공의지만 법적 분쟁 압박에 다른과 개원가 고민”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필수의료 환경은 외면한 채 이들의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늘어난 의사 인력 대부분이 지금처럼 비필수의료 분야인 인기과들로만 유입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4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입시 저형 변화’를 주제로 개최한 ‘제1차 의대 정원 확대 연속토론회’에서 소멸위기에 놓여있는 필수의료 문제부터 당장 손 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울산의대 학생사정관 고경남 교수는 “요즘 전공의들은 재수, 삼수해 원하는 과, 전망이 좋은 과로 가려고 하지 열악한 과로 방향을 틀려고 하지 않는다”며 “비급여 시장의 지나친 팽창으로 일반의로 개업해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받으며 의사로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더라도 이런 기조 속에서 (늘어난 인원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가 7명이 안 되는데 동네 피부과 의원의 의사가 7명이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전국에 12곳 지점이 있는 의원인데 의사만 62명으로 종합병원 한 년차의 전공의 채우고도 남는 숫자다. 지금 의사들이 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은 공감하나 필수의료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의대 정원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응급실 뺑뺑이는 응급의료전달 체계의 부재 때문이고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도 수도권 의료 쏠림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문제들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 대책에 회의감이 든다. 지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10년 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의료 환경 개선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며 “증원 규모도 각 의대의 의학교육 양성에 대한 의지와 수련 역량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우선 시행해본 후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참석한 실제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학교육의 질 문제를 등한시하고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부실 교육으로 지적되다 결국 폐교된 서남의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했을 때 이들이 모두 양질의 의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현재도 열악한 환경인 의대들이 실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관련 논란으로 폐교됐던 서남의대 사태도 오래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최근 필수과 의사들의 의료소송 부담이 증가하는 등 열악한 진료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필수과 의사들이 잦은 의료 분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 특히 응급실의 경우에는 환자와 직접적인 트러블도 많아 환자의 요구를 들어주다보면 다른 트러블이 또 생기기 일쑤”라며 “응급의학과 2년차 전공의지만 매일 그런 압박에 시달리다 개원가로 향하면 덜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고 토래했다.

이어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집중했으면 좋겠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진짜 문제의 본질이 흐려진 것일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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