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위험에 항상 노출된 응급의학과 의사들, 다른 나라는 어떨까

- 미국 응급실 의사 중 65% 이상이 ‘번아웃’ 경험... 퇴직도 훨씬 빨라
- 한국, 근무 수명 연장 위해 여러 방안 모색 후 실시... 워킹그룹, 급성기 클리닉 등
- 응급의학의사회 “경직된 고용형태, 장기적으론 악재로 작용”

응급실의 과도한 업무강도로 인해 의사들이 ‘번아웃’ 위험에 놓여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실 탈출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의 열악한 의료 환경이 원인으로 응급의료 현장에 머무는 근무 기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 주(州)의 비영리 의료기관인 ‘프리즈마 헬스’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쿡 박사는 ‘응급의학뉴스(Emergency Medicine News)’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퇴직이 빨라지고 있고 이에 젊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개인 재정 관리를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뼈있는 농담을 보냈다.

쿡 박사의 글에 따르면 2019년 응급실을 떠난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평균 연령을 추산한 결과 남성 의사 평균 53.5세, 여성 의사 43.7세로 나타났는데 응급의학과 전공의 졸업의 평균 나이가 30세라고 할 때 평균 경력이 남성의 경우 23년, 여성의 경우 14년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타과 전문의들에 비해 10년 가까이 빠른 퇴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쿡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내 응급의학과 의사들 중 ‘번 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한 의사가 65%가 넘었으며, 이런 번 아웃은 응급실을 떠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응급실 환자의 수는 폭발적을 늘어났으나 급여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사실상 매년 삭감되고 있고, 응급실 내 의료진 폭행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요인들도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

쿡 박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수많은 임상적, 행정적, 정치적 문제들이 응급실의 의사들에게 많은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전임의 과정 등 미래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지만 이같은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 한 짧은 경력을 염두에 두고 이들 개인의 재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응급실 이탈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수용 가능 병원을 찾아 전전하다 환자가 사망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응급의료상황실을 설치해 이송 환자를 무조건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이나 환자들로부터 고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는 소송들로 인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응급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응급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인 해결책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와 동시에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근무 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직된 현 고용형태에서 벗어나 직업적 선택의 폭을 넓혀 응급의료 현장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는 ‘워킹그룹’(Working Group)과 ‘급성기 클리닉’(Urgent Care Clinic)을 제안한 바 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현재의 경직된 고용형태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응급의학과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물리적으로 힘들어지고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력에 따른 임금상승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야간당직 등 업무 강도는 가중되어 근무의 연속성이나 신규 구직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응급의학 전문의 60% 이상이 워킹그룹에 속해 일을 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나이가 들면 수익의 일부를 연급으로 제공하면서 개인의 미래에 대한 부담까지 덜어주는 형대로 진화해 가고 있다”며 “개인 체력에 따라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성기 클리닉은 경증응급질환 등 다양한 일차 진료를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개인 의원에 제공하는 컨셉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낮은 수가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겨낼만한 근본적인 대안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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