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진료기관, 의원급보다 병원급으로 몰리는 이유로 “시설이 좋다” 꼽혀

- 서울의대 연구팀, 일차진료에 관련해 환자 선호도 조사 공개
- 병원급 의료기관 선택한 환자의 44%, 시설이 좋아 선택
- “의료쏠림 해결 위해 본인부담금 올리는 조치로는 역부족... 획기적 방안 절실”

환자들이 동네의원이 아닌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일차진료를 선호하는 이유로 의료적 필요가 아닌 시설에 대한 선호 등 비의료적 요건에 기반해 선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의료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 본인부담금 확대 등의 조치보다도 획기적인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의대 연구팀은 지난 2021년 시행된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 참여한 6,17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이 같은 내용의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국에서 일차의료기관의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사람들이 의료적 목적 외에 일차의료의 제공자를 선택을 하는 우선순위에 대해서 조사했다.

이를 위해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서 ▼지각된 건강 상태 ▼의료적 목적 외에 시설을 선택하는 우선순위 ▼의료진의 서비스와 의료기관 시설 평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신뢰 정도를 분석했다. 또 일차진료를 위해 외래를 찾았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분석하기 위해 대상자의 주관적 건강 상태와 만성 질환 여부를 변수로 건강상태가 나쁠수록 사소한 원인으로 병원을 찾은 가능성이 낮아지도록 건강 상태를 조정했다.

조사 결과 일차진료를 위해 의원을 찾은 환자보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자신의 몸 상태가 나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컸다. 의원을 찾은 환자는 4,787명이었다. 이들의 건강 상태를 분석했을 때 ‘좋다’고 응답한 사람이 66.1%였으며 ‘중간’은 27.4%, ‘나쁘다’는 6.5%였다. 병원을 찾은 환자 1,388명의 경우 50.0%가 건강상태가 좋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34.0%는 중간, 15.9%는 좋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일차진료를 위해 의원을 찾은 환자는 접근성과 의사의 친절도 등 태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병원을 찾은 환자는 첨단 기술, 명성 등 시설에 대한 만족도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을 방문한 환자 중 그중 36.4%가 의원을 선택한 이유로 ‘접근의 용이함’을 꼽았다. 이어 ▼발전된 기술과 장비 32.5% ▼의료진의 친절도 15.2% ▼주변의 추천 8.9% ▼명성 5.2% ▼낮은 비용 0.5% 순이었다.

반면 병원을 찾은 환자 1,388명 중 44.6%는 발전된 기술과 장비가 병원을 선택하는 데 가장 큰 이유였다고 답했다. 그 외에 ▼명성 23.5% ▼접근의 용이함 15.9% ▼주변의 추천 7.6% ▼의료진의 친절도 5.9% ▼낮은 비용 1.8%였다.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중시하는 요소를 분석한 결과 의원을 선택한 사람들은 스;은 접근성과 의료진의 친절함, 주변의 추천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원에서 간호사들이 충분한 설명을 제고한다는 점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병원을 선택한 환자들은 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통해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해 일차의료의 게이트키핑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부족하고, 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병원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의료시스템을 선호하는 반면 의원을 선택한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이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사람들의 욕구가 상대적으로 잘 충족되고 있음을 설명하는 근거”라며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현실에서 병원의 접근성과 가격이 유지되는 한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는 실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병원에 대한 선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게이트 키퍼로서의 역할을 하는 의사로서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아 일차의료가 다양한 시설에 산재되어 있다는 점이다”며 “또 병원의 외래진료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그 이유다. 환자들도 의원에서 쉽게 진료의뢰서를 얻어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문제와 환자들의 선호에 비춰봤을 때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조치만으로는 동네의원의 게이트 키핑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선진국 중 의료서비스 가격이 저렴한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부담금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발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조치로는 통제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상급의료시설에서 일차의료가 늘어나는 것은 전체 보건의료비 지출을 높일 수 있으며 의료의 연속성과 포괄성을 고려했을 때 건강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이와 관련한 결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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