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제21차 의료현안협의체 통해 의료계·정부 입장차 서로 확인
-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 “하이리스크 로우리턴, 과도한 처벌, 수련환경 개선되어야 해결”
- 정경실 복지부 정책관 “전문의 중심 인력구조 개편... 하지만 의대증원 예정대로”
최근 발표된 2024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에서 필수의료로 꼽히는 과들이 대부분 미달되며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가 각각 다른 해법을 내놓으면서 충돌했다.
의료계는 ‘빅5’로 불리는 국내 최고 병원들도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현실 속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적정 보상 및 근무환경 개선, 의료사고 위험 완화 등이 우선적으로 추진된 후에 의대 증원을 논의하자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의사인력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13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제21차 회의를 가지고 서로의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이날 의협은 6일 마감됐던 2024년 전공의 지원 결과를 언급하며 의대 정원을 아무리 늘려 인력을 충원하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은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 대부분의 병원이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의 전공의를 확보하는 것에 실패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낙수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느냐”고 강조했다.
앞서 복지부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전기모집 지원 결과를 공개하고 비수도권 지역에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전년도(2명) 대비 6명이 늘어 8명이 지원했고, 산부인과도 전년도(25명) 대비 3명이 늘어 28명의 지원자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복지부는 “최근 급격한 지원자 하락을 기록하던 소아청소년과는 전년 대비 지원자가 20명 증가했고, 지원율도 9.6%p 증가해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그간의 정부 노력이 일정부분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소청과는 정원 205명 중 53명이 지원해 여전히 지원율이 25.9%이고, 응급의학과는 지원율 79.6%, 산부인과는 67.4%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며, 지원자가 아예 0명인 병원들이 많아 내년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정상 운영이 가능할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 단장은 “일명 ‘빅5’라고 불리는 대형병원들조차 필수의료과 정원을 확보하는 것에 실패했다”며 “필수의료가 붕괴하는 원인인 하이리스크-로우리턴, 과도한 처벌, 수련환경 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도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단번에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무엇보다 전공의에게 의존하는 병원 인력 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전공의 연속 근무 시간도 개선하는 등 의료인들이 쉽게 번아웃 되지 않도록 인력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기존에 추진하던 의대 증원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 정책관은 “의대 증원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사 인력 확충 규모에 대해 협의하고 각계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동상이몽에도 불구하고 이날 복지부와 의협은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등 인력시스템 혁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복지부와 의협은 전공의가 질 높은 수련교육을 받고 충분한 임상역량을 갖춘 전문의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연속근무시간 등 근무여건 개선 ▼전문의 배치 기준 개선 등 전문의 중심의 병원인력 운영 ▼수련과정 및 지도전문의 체계 내실화 ▼수련비용 지원 확대 ▼전공의 권익 강화의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적정 의사인력 규모 논의를 위한 주요 고려사항에 대해 토론했으며, 다음 회의에서 의사인력 논의 원칙에 대해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다음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는 오는 20일 16시에 개최하며,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중 상생‧협력에 기반한 의료전달체계 구축방안과 객관적 통계와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인력 논의 원칙에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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