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책法, 조속한 입법 필요하다"
의료사고와 관련하여 형사처벌을 하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올해도 사법부에서 의료사고에 관해 '의사의 의학적인 판단'은 보지않은 채 수억원대를 배상하라는 판결은 물론이거니와 법정 구속 등 과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면서 의료계에서의 불만이 날이 갈수록 상승세가 되는 실정이다.
의료계는 안 그래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진료과목 기피 현상'이 심각한 현황에 의사에 대해 과한 형사처벌은 이와 같은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의 방어 진료를 양산하여 결국 대한민국 의료계들의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장폐색 환자의 수술을 늦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외과 전문의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장폐색 의심 환자의 수술을 하지 않고 보존 치료를 결정했으나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시행한 응급수술 과정에서 환자에게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료계는 대법원 판결 직후 "환자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이 사법적으로 부정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미래 한국의 의료현장에서는 매사 법적 단죄를 상정해, 소신진료를 할 의사들을 만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과의사회도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훼손하려는 고의가 없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에 대해 일괄적인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필수의료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가혹한 형사처벌은 이어졌다.
같은 달 인천지법은 십이지장 궤양 출혈을 치루로 오진해 수술받은 70대 환자가 쇼크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외과의사 B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오진으로 환자가 숨진 의료사고로 의사가 법정에서 구속된 사례는 이례적인 만큼, 의료계 안팎에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외과의사회는 “그나마 몇 없는 수술하는 외과의사들 마저 강제로 수술방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의료의 본질을 무시한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며 “외과의사들에 잇따라 내려지는 형사 판결이 결국 의료계의 수술 기피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최근 대법원은 전공의 시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하면서 의료계의 분노를 가중시켰다.
의료행위의 특성을 무시한 판결이 계속 이어지고, 심지어 법정 구속과 같은 가혹한 조치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에서 완전무결한 최종 진단을 하지 못했다고 처벌받아야 한다면, 응급의학과 의사 모두 잠재적 범죄자가 될 것”이라며 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개인 형사책임 감면과 함께 국가 책임보험 도입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전공의 1년차 시절, 환경이 열악한 응급실에서 이뤄진 진단 오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응급의료법 개정안과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책 법안'의 조속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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