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수술 후 혼수... 11억원대 소송 했지만…法 "과실 없음"

- 서울중앙지법 대학병원 상대 손해 배상 청구 기각
- 의료진 술기나 응급수술 결정 과정 "통상 범위 내"

뇌동맥류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이 과실로 인해 환자가 혼수상태에 이르렀다며 11억원 규모의 소송을 당했던 대학병원이 손해 배상 책임을 벗게 되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에 환자 측에서 대학병원 운영자들을 상대로 제기하였던 손해 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소송을 제기한 환자 A씨는 지난 2019년 9월 B대학병원에서 비파열성 뇌동맥류로 코일색전술을 받던 중 뇌동맥류 파열로 뇌 손상을 입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이 뇌내출혈 제거와 뇌실 외 배액관 삽입술, 혈종배액술 등 두 차례 추가 수술을 진행했으나 A씨는 현재까지 혼수상태다.

환자 측은 B대학병원 의료진이 미세도관과 코일 조작이 미숙해 뇌동맥류가 파열됐다며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 배상금으로 총 11억8,761만6,650원과 지연 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수술 후 처치도 문제라고 했다. 수술 중 뇌동맥류 파열로 출혈이 발생했고 수술 직후 뇌 CT 검사에서도 출혈이 확인됐고 환자가 이상 증상을 보였는데 추가 조치를 지연해 환자 상태가 악화됐다는 것이다.

환자 측은 "의료진은 환자가 출혈 확산이나 재출혈 등으로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하고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해 추가적인 뇌 CT 검사로 출혈 여부를 확인한 뒤 빠르게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B대학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코일 삽입 과정에서 뇌동맥류 파열은 "술기상 과실뿐 아니라 미세도관 위치와 긴장도, 코일이 자리 잡으면서 발생하는 저항, 뇌동맥류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의료진 과실이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의료진 술기가 "통상적인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 술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진료감정의견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 중 뇌동맥류 파열 비율은 5~7%다. 코일에 의한 파열이 가장 흔하다. 코일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뇌동맥류 파열은 코일색전술에서 일반적으로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라고 판단했다. 의료진이 수술 후 추가적인 처치를 지연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뇌내출혈과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했다고 반드시 응급수술을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혈제 사용과 혈압관리 등 보존치료를 지속하면서 출혈량 증가를 시사하는 신경학적 증상 악화가 나타나는지 경과를 관찰하는 것도 통상적인 치료 범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환자 A씨가 중환자실 입실 당시 의사소통이 가능했으므로 의료진이 "뇌 CT 검사 후 곧바로 응급수술을 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택한 의료진 처치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후 A씨가 의식 저하 증세를 보여 기도삽관 후 추가 수술에 들어간 과정에도 의료진 잘못이 없다고 했다. 의식 저하부터 1차 수술까지 약 3시간 20분이 걸렸지만 수술 준비까지 보통 1~2시간이 소요된다면서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 수술이 지연된 건 아니라고 했다. 1차 수술 후 "A씨 추정 출혈량이 300cc라" 곧장 2차 수술에 들어갔어야 한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1차 수술 후 환자 A씨 동공 크기는 정상 범위 내로 동공 반사가 확인됐다. 활력 징후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의료진이 1차 수술 직후 2차 수술을 시행했어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의료진 처치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A씨는 이미 뇌내출혈로 "대부분의 뇌 손상이 발생한 상태"라면서 "혈종 제거는 추가적인 뇌 손상을 막기 위한 처치일 뿐이다. 의료진이 1차 수술에서 혈종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2차 수술을 곧바로 시행했다고 환자 예후가 지금과는 현저히 다를 것이라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환자 측 손해 배상 청구에 이유가 없다면서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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