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본격적으로 한다…의료계 VS 정부 줄다리기 승자는?

- 23개 병원 715명 전공의 사직서 제출…정부 기조 변화 없을듯
- 총리 대국민 담화 통해 의료계·국민에 정책 추진의지 다져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기 위해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는 집단행동을 시작한 가운데, 19일 오늘 갈등 증폭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에서는 이미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을 관리하며, 미근무가 확인이 된 일부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의 강력한 대응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빅5병원의 전공의 집단사직도 현재로서는 결행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보건복지부장관)’는 지난 16일 전공의의 집단 사직서가 제출되거나 제출이 의심되는 12개 수련병원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했으며, 총 23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수리한 병원이 없다고 밝혔다.

16일 18시 최종집계에서는 23개 병원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역시 이를 수리한 수련병원은 없었다.

정부는 파악 시점에서 미근무가 확인된 전공의 103명에게 업무개시를 명령한 한편, 업무개시 명령 이후에도 복귀 후 다시 근무하지 않는 소위 ‘가짜 복귀’를 막기 위해 수련병원에게 매일 전공의 근무상황을 보고하도록 요구한 상황이다.

한 번 내린 업무복귀 명령의 효력은 대상자가 복귀한 후에도 유지되며, 복귀 후 다시 근무지를 떠난 경우 추가적인 업무복귀 명령 없이도 기존 명령을 어긴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공백으로 발생할 의료공백을 우려하며 현장복귀를 강조하는 한편, 업무개시 명령 불이행자에 대해 기계적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 일부가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거론하고 있다”며 “또한,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 의료공백이 벌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총리는 “특히 의료현장 최일선에 뛰는 전공의들께 당부한다”며 “여러분의 노고를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마음과 믿음에 상처를 내지 말아달라. 부디 의료현장과 환자 곁을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의대정원 확대는 더 늦출 수 없다. 절대적인 의사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증원으로 의학교육 질 하락을 우려하지만, 정원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교육 질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4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수본 조규홍 본부장도 같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실제 집단행동에 들어갈 경우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비상진료가 가장 중요하므로 상급병원은 중증 진료를 중심으로 진료기능을 유지하고, 전국 400곳의 응급 의료기관은 24시간 비상진료 체계를 철저히 운영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박민수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10명이 사직 후 업무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10명 모두에게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며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국민담화에 대전협 등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담화 직후 성명서를 내고 이를 질타했다.

의협 비대위는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는 의사들의 자율적 행동을 억압하기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며 “환자와 국민을 볼모로 대한민국 의료를 쿠바식 사회주의 의료시스템으로 만들고, 의사라는 전문직을 악마화하며 마녀사냥하는 정부 행태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큰 실망과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담화문발표는 이번 주로 알려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행동에 단체행동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이를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한 행태”라며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위헌적 프레임을 씌워 처벌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중수본은 같은 날 조규홍 본부장 주재로 10차 회의를 개최하고, 의사 집단행동 관련 사항을 점검했다.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전 회원 투표를 실시해 단체행동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고(17일), 오는 25일에는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를 개최해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겠다는 등 투쟁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중수본은 “의협이 집단행동 등을 예고한 점에 안타까움을 표시한다”며 “의료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 4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마련한 만큼 정책을 다듬어갈 수 있도록 합리적인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불법적 집단행동 발생 시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모든 법적·행정적 조치를 다할 것”이라며 “정책결정 및 집행과 관련해 공무원 개인에게 가해지는 과도한 인신공격과 근거없이 악의적 사항을 유포하기 자제하길 바라며 재발시 부처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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