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논란 속 의협 차기 회장 선거 개막…다음 리더는 누가인가?

박명하 후보, 의료인 면허 취소 법안 폐지 목표로 '승리하는 의협' 약속
주수호 후보, 의사 단합과 국민과의 소통 강조로 지지 확보 전략 제시
임현택 후보, 의료 시스템 개선과 정부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변화 촉구
박인숙 후보, 국회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의협의 정치력 증진 방안 제안
정운용 후보, 의협의 민주적 전환과 전문가 단체로서의 성장 비전 제시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다양한 공약과 비전을 듣는 자리 마련

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이슈로 혼돈을 겪는 가운데,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7일, 회관의 지하 대강당에서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 후보자 공동 설명회 및 정견 발표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여러 후보자들이 나서서 자신의 주요 공약을 발표했으며, 의료계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특히,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비롯하여 의료계가 직면한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모든 후보가 공유하는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후보마다 다양한 접근을 보였다.

이번 후보자들의 발표는 의료계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을 드러내며, 의대 증원 논란을 비롯한 여러 의료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었다. 후보자 각자가 제안한 대책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점이 있어, 선거에 참여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심도 있는 논의와 선택의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호 1번 박명하 후보는 그동안의 회무 경력을 바탕으로 ‘이기는 의협’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이를 위해 ▲존중받는 의협 만들기 ▲의사들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마련 ▲악법 저지 투쟁을 위한 조직 강화 ▲정부의 의협 패싱을 막고 정책을 주도하는 의협 만들기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저지 ▲의협 내부 화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의대 증원 문제 외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안건으로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철폐를 들었다. 박 후보는 지난 2023년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하며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 저지에 나선 바 있다.

박명하 후보는 “회장이 된다면 면허관리원과 연계해 의료인 면허취소법 해결에 나서겠다”며 “전문직 중에 왜 의사만 혜택을 받아야 하느냐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다른 전문직도 불합리한 법 제도가 적용돼 왔다고 생각한다. 이에 타 전문직 협회와도 공조하겠다.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헌법소원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개별 질의에서 나온 의협의 정치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회원 조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명하 후보는 “정치권에 대응하려면 명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의협은 회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파악되지 못할 조직력을 갖고 있다. 조금 민망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 정당 창당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기호 2번 주수호 후보는 지난 제35대 회장으로 역임했던 회무 경험 등을 통해 의료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의 단결된 목소리를 강조했다.

공약으로는 ▲강한 리더십으로 정부와 외부 세력에 맞서는 의협 ▲조직 재정비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폐지와 단체계약제 헌법소원 추진 ▲(전국 의사 노동조합 설립으로 파업권 단체교섭권 쟁취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부담 감소 ▲한방의 보험 분리를 들었다. 그 외에 회원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의대 증원 외에 산적한 의료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사들의 단결된 힘’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주 후보는 “정부가 유독 의사에 대한 통제가 심한 이유는 바로 의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두렵기 때문”이라며 “의사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저항하면 정부가 힘들어질 것을 알기에 의사에게 더 그러는 것이다. 의사를 하나로 뭉치는 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의사에 대한 대외 인식을 개선해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소통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주 후보는 “국민은 언론을 통해 의료계의 이야기를 듣는 만큼 언론과 소통을 원활히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의료계로부터 단일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이에 의협 집행부도 홍보 파트에 집중해 의협 산하단체가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언론이 의사를 좋게만 이야기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이야기하면 국민들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호 3번 임현택 후보는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응하려면 의협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돼서 처음으로 의협 회의를 갔는데 깜짝 놀랐다. 회의에서 문제로 생각하던 현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복지부와 잘 얘기해 보자’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의대 증원책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악영향을 끼친 정책이 나오게 된 원인 중 일부는 의협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제41대 선거에 출마했을 때와 이번과 달라진 마음가짐 등에 대해 물었을 때 “절박감이 더 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난 선거 때는 의료계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의료계는) 의사를 할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 가서 세탁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절박함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도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현재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돌아오라고 하지만 그들은 절대 돌아갈 생각이 없으며 현 의료 붕괴 사태의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호 4번 박인숙 후보는 국회의원 경험을 살려 의협의 정치력을 강화하고 의사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공약으로는 ▲의대 증원·신설 저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논의 ▲모든 과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 면제 등 소송 공포로부터 해방 ▲원가 보존 수가제 ▲한방 대책 부회장, 한방 부작용 신고센터 신설 등 한방 의료 척결을 주장했다.

또한 의협이 의사 면허를 직접 관리하는 등 보건복지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복지부가 의사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복지부가 의협이 투쟁 기금을 모금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는가.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의료가 절대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후보와 차별화될 수 있는 본인만의 장점을 묻는 개별 질의에서는 국회의원 경험을 꼽으며 의협의 정치적 소통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박인숙 후보는 “국회의원을 하면서 의협과 정부·국회 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심지어 복지부는 의협을 대화의 카운터파트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현재 의협의 상황은 그때보다 더 악화됐다. 국회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동원해 의협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 등 의료계가 국회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인숙 후보는 “(의료계에 불리한) 법이 통과됐다는 사실에 놀랐다. 의협이 무엇을 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입법 과정을 알면 그럴 일이 생길 수 없다. 법안 발의부터 본회의 통과까지는 열 군데의 체크포인트가 있다. 그 부분에서 제동을 걸면 법이 통과될 수 없다”며 “보건복지위원회 외 다른 위원회에 대해서도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호 5번 정운용 후보는 의협이 권익단체가 아닌 민주적인 전문가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정부 정책으로 의사들은 이익을 쫓지 않을 수 없는 조건으로 내몰렸다. 때문에 이제까지 의협의 투쟁은 수가 위주였다. 이같은 무한경쟁은 오래갈 수 없다. 의료계도 변해야 한다"며 "의협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권익단체가 아닌 민주적인 전문가 단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공약으로 ▲주치의제를 기반으로 한 의료 개혁 ▲실손 보험의 이익 절감 ▲의사 증원 ▲의사노조 개설 ▲지역의사회 선거를 직선제로 변화 등을 내걸엇다.

이를 위해선 모든 의사들이 의협 회비 납부와 관계 없이 투표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협의 투쟁력·협상력은 투쟁의 강도가 아닌 얼마나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는지가 관건"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모아내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회원비 납부를 재고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다양한 분야 의사들과 소통해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 후보는 “회비를 내지 않고 있는 회원이 절반에 가깝다. 그러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무리해서라도 돈을 쓰는 만큼 회비를 낼 것”이라며 “회비를 내지 않았던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다양한 분야의 의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회무에도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회비 납부율이 차츰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장 선거 투표 절차는 다음 달 20일부터 시작된다. 3월 20일부터 22일 오후 6시까지 1차 투표를 진행하며 과반수 당선자가 없으면 25일부터 26일 오후 6시까지 득표수 1위·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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