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2000명 증원 후 교육 상황, 심각한 미래"

증원 확대에 따른 평가 기준 미비, 교육 환경 악화 우려
교원 및 시설 부족으로 의학교육 평가인증 탈락 가능성 제기
정부 정책에 대한 교수들의 우려와 과학적 추계의 필요성 강조

최근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주최의 세미나에서 전국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에 따른 의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교수들은 학생 수 증대로 인한 교육환경의 과부하와 의학교육 평가인증 탈락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며 증원 중단과 과학적인 인력 수요 조사를 촉구했다.


▲ 배장환 충남의대 교수가 4일 열린 '한국 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전의교협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한국 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최창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의료계 주요 인사들이 총집결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임현택 회장은 축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대 김종일 교수는 '기초의학 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며 현재의 교육환경만으로도 이미 교원과 강의실이 부족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그는 "정원이 증원되거나 의대생들이 유급되면 필요한 교수와 강의실 수용 능력의 부족으로 교육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정원 확대 후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우수한 교원의 영입"을 지목했다. 그는 "필수의료보다도 기초의학을 담당할 교원을 영입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강조하며, 연구 환경 및 지원 체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문제임을 언급했다.

고려의대 조윤정 교수는 '임상의학 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발제하며, 교수들이 진료와 연구, 교육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녀는 "소규모 강좌를 진행할 때 모든 교수들에게 참여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며, 교육을 하면서도 환자 진료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이 임상의학 교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의대 이선우 교수는 '인증평가 심사항목'을 주제로 발표하며, 현재 정부가 확정한 의대 정원 확대가 의학교육 평가인증에 미칠 영향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표했다. 그는 "평가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대학들이 얼마나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평가 기준이 10% 이상 증원된 경우 주요 변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현재 작성 가이드도 없어 대학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에서는 1년에 입학 정원의 10%까지, 3년 동안 20%까지 증원을 허용한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3년 동안 20% 이상 증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증원에 따라 주요 평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들은 준비가 어려워 불인증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부산의대 오세옥 교수는 '기초의학교육에서의 문제점'을 발표하며 부산의대가 평가 준비에 집중하고 있지만, 60% 증원으로 교육환경이 고통스러운 상황임을 밝혔다. 그는 강의실과 교원 수급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기초의학 전임교수가 서울의대는 100명이 넘지만, 지방의대는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교육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북의대 배장환 교수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사례로 지적하며, "의사 수 증원은 필수 및 지역의료 강화라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공의와 학생들이 진료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의료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의료인 추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세미나를 통해 교수들은 의대 정원 확대가 의학교육의 질적 악화와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정부가 의료계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고 과학적 기반 위에서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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