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투표 앞둔 의료계, 해결책 놓고 의견 분분…'정말 해야하나?'

전공의·의대생 복귀 방안 두고 다양한 목소리
개원의들, 총파업 전 사태 해결 촉구
의협, 단결 강조하며 총파업 투표 진행

의료계가 총파업 투표를 앞두고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현 사태를 해결하려는 "이제는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총파업까지 가기 전에"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는 의견도 나왔다.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와 관련 없음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지난 3일 서울시의사의 날 행사에 앞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의정 대립 장기화로 총파업 투표를 앞둔 상황을 두고 "지금 (사태 해결책이) 한 가지 모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전공의와 의대생도 한 가지 생각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황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 행정 명령 철회 등을 제안하며, "강 대 강 대치가 아니라 작은 것부터 풀어가자"며 "이런 부분이 시발점이 돼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전체가 해결돼야만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총파업에 대해서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의사는 정치인도 투사도 아니다. 우리가 왜 투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투쟁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의사 스스로 국민 손을 먼저 잡고 국민도 따뜻한 가슴으로 우리를 바라본다면 의사는 주 100시간이 아니라 주 150시간이라도 환자 곁에서 밤을 새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 사태를 초래하고 이를 악화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밥그릇'으로 치부하는 여론이 의사 사회에 상처를 줬다는 점도 지적했다. 총파업 관련 회원 투표에 대해서도 "(의협의) 파업 찬반을 묻는 투표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따르는 게 맞다. (아직 투표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개원의들은 '총파업'으로 치닫기 전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는 입장이다. 개원가는 이전부터 진료일을 조정해 주 40시간에 맞춰 진료하는 자율적인 '준법투쟁'을 고려해 왔다.

서울시 각구의사회장협의회 박종환 회장(종로구의사회장)은 "파업이나 휴진은 가장 마지막으로 꺼내야 하고 사실 있어서도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왜 (의사가) 파업할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가급적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고 상황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도 이날 기자간담회 후 열린 서울시의사의 날 행사 축사에서 "의협에서 어제(2일) 파업 이야기가 나오고 오늘 언론에서 개원의가 파업하느냐고 물어왔다. 할 말이 따로 없다. 파업은 최후에 결정할 문제다. (파업하면) 국민 피해는 물론 의사들도 자존감이 상하는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도 남는다"며 "그렇지만 (파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국민을 버리면 안 되고 환자를 버리면 안 된다. 의사가 행복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회원이 단합해 국민을 설득하고 정치권과 소통하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제는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하며,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 등이 있는 '최전선'에 개원가가 합류해야 사태를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서울시의사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의협 임현택 회장은 축사 서두에서 지난 촛불집회 성원에 감사를 표하고 "우리는 힘을 합쳐 정부 폭압을 멈추고 사망 선고받은 의료 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집회에서 의료계 총파업을 예고했다.

임 회장은 "사태 최전선에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를 비롯해 회원의 분노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며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이는 정부 폭정에 맞서 전공의와 교수, 의대생을 필두로 14만 회원이 합심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의협은 의료계를 한마음으로 모아 강력하게 대응하고 끝까지 맞서겠다"며 "의협이 앞장서서 나아갈 테니 지금처럼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단상에 오른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은 지난 2018년 교육 환경 부실로 폐교한 서남의대를 언급하며 "지금 (서남의대 같은) 학교가 24개교 생긴다. (상황이) 똑같지 않느냐"며 "여기 온 사람들이 이제는 나서줘야 한다. 내 자녀 내 조카가 처한 상황이라는 걸 인식하고 시작해야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정 갈등을 두고) 강 대 강이라고 하지만 보는 입장이 너무 다르다"며 "임 회장에게 더 이상 강경하게 하지 말라고 할 일이 아니고 전공의에게 돌아오라고 할 일이 아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실질적으로 나서줘야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오늘(4일)부터 전 회원 대상 투표로 의료계 단체행동 방향에 대한 여론을 수렴한다. 총파업에 준하는 단체 휴진 방법과 시기는 다음 주 중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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