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 논란 이후 대한의학회 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논문 투고율이 절반가량 하락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가적 의료 역량 및 지표의 하락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대한의학회 및 관련 전문학회에 따르면, 의정갈등 이후 올해 의학회와 전문학회의 춘계학술대회 논문 투고율이 크게 저하되었다. 이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대 교수들의 업무 가중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경현 대한의학회 홍보이사는 "의대 정원 논란 이후 의학회 학술지 논문 투고율이 절반으로 감소했다"며 "세부적인 수치는 차후 데이터가 쌓이면 더 정확해지겠지만, 감소는 확연하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영상의학회 또한 올해 춘계학술대회에서 연구논문 투고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의대 정원 확대의 후유증으로 분석된다. 도 이사는 "영상의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논문 감소가 눈에 띄었다"며 "의대 정원 여파로 교수들이 진료에 매몰돼 연구에 집중하기 힘든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 논문 투고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추계학술대회 시즌이 되면 연구 논문 감소 현상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학회 저널 등은 투고량 감소 외에도 동료평가(peer review)조차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규정상 의학회 논문의 경우 2개월 내 동료평가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과중된 병원 업무로 인해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사퇴 효과가 의학 학술 활동까지 크게 축소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여러 전문학회 관계자들도 "학회 및 연구 활동 축소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전문학회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 이후 학회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문의 감소로 세션 운영 수입 감소는 물론 연구논문 투고도 줄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A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병원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우리 병원은 연구 활동이 사실상 멈춘 수준"이라며 "당직으로 인해 교수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연구 활동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