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임현택 회장이 전공의 문제에 대한 전면 불개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임 회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SNS에 게시한 데 따른 반응이다.

박단 위원장은 지난 1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임 회장이 전공의와 의대생만을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말이 아니라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임 회장의 리더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글은 의협이 의대 교수단체들과 연석회의 결과를 발표한 직후 게시되었다. 의협은 이날 새로운 대정부 요구안을 마련할 계획을 밝히며 ‘의협 중심 단일창구’를 강조했다.

박 위원장의 공개 비판에 임 회장은 강하게 반응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10시경 자신을 지지하는 전공의 등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체 채팅방에 박 위원장의 글을 다룬 기사를 공유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임 회장은 “의협이 전공의 문제 더 이상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임 회장은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된 ‘긴급을 요하는 전공의 생계 및 법률 지원 사업’을 거론하며, 의협이 전공의를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지만 감사하는 사람은 없고 불만만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왜 내가 내 몸 버려가며 이 일을 하고 있나 싶다”고 말하며 깊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임 회장은 또한 “원하지 않으면 의협은 정부와의 대화, 투쟁 전부 대전협에 맡기고 손 떼고 싶다”며, 의협 집행부와 함께 전공의 문제에 대한 전면 불개입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대전협의 투쟁 기금 사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대전협에 물어보라. 2000년과 2020년 선배들이 걷어준 성금은 어디에 있고, 규모가 어떤지”라며, 대전협이 이번에도 의협의 개입을 원하지 않으면서 4억원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쌓아 놓은 돈은 어디에 두고,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 중간 착취자라고 욕은 하면서, 중간 착취자들이 준 돈은 받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의협과 대전협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박단 위원장은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면, 임 회장은 의협이 전공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감사보다는 불만만 듣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