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살리려다 오히려 붕괴 위기에 처했다

전공의 복귀 기피 현상 심화...필수의료 분야의 미래는?
교수들의 잇따른 이탈, 생명과 직결된 진료과목에 집중
정부 정책의 역효과? 의료개혁이 가져온 예상치 못한 결과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추진 중인 의료개혁이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이 진료현장 복귀를 기피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진료과목의 교수들마저 잇따라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붕괴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경고하며,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필수의료를 포기하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마지막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병원을 떠나면서 센터의 기능이 사실상 멈추었다.

충남 전체를 관할하며 7명의 소아응급실 전문의를 두고 있던 이 센터는 이제 모두 현장을 떠났다. 경기도의 A대학병원에서는 최근 산부인과 교수 2명이 연이어 사직하면서 외래진료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병원 측은 대체 인력을 구하기 위해 노력 중이나, 아직까지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B대학병원에서는 심장내과 교수가 중소병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C대학병원의 병리과 교수는 바이오 업체 대표직을 수락하며 병원을 떠났다. 서울 빅5 병원 중 한 곳의 소화기내과 교수도 8월 말 병원을 떠날 예정이다.

특히 이탈한 교수들 대부분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던 정책이 오히려 필수의료를 죽이고 있다”며 정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개탄했다.

전공의 복귀 기피현상은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는 1,025명으로 전체 전공의 13,756명 중 7.5%에 불과하다. 진료현장에 복귀한 전공의 수는 지난달 30일 874명에서 정부의 행정처분 중단 발표 이후 1,000명을 넘겼으나 이후로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특히 정부 발표 이후 복귀한 전공의 중 필수의료 분야 레지던트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이 수련을 포기하거나 전공과목 변경을 계획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교수들의 한숨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공의들 사이에 필수의료 분야는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며 “이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먹먹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의대 증원으로 인기과가 포화 상태가 되면 필수의료 분야로 넘어올 것이라는 낙수효과 논리는 필수의료에 종사 중인 의사들마저 떠나게 만드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필수의료 붕괴도 문제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는 더 큰 문제”라며 “이대로 가면 의료개혁이 아니라 의료붕괴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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