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저커버그 집에 방문해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 강화 논의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하여 메타, 아마존,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잇달아 만남을 가지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스마트폰, 통신, 증강현실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현재 직면한 여러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자택에서 단독 미팅을 가졌다. 이는 지난 2월 저커버그 CEO가 한국을 방문한 이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것으로, 두 사람은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메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잠재 고객사로,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LLM) '라마'를 훈련시키기 위해 지난해 AI 반도체 'MTIA'를 처음 선보였다. 현재 이 반도체는 대만의 TSMC가 생산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메타가 일부 물량을 삼성전자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월 방한 당시 “삼성은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요한 협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만남을 통해 메타와의 AI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인 12일, 이재용 회장은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방문하여 앤디 재시 아마존 CEO와 회동했다. 두 사람은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며 추가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아마존은 계열사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에 AI 서비스를 접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체 AI 반도체 ‘트레이니움’을 개발하여 사용 중이며, 이 반도체에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탑재된다.

이재용 회장은 10일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를 만나 AI 반도체와 차세대 통신칩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지만, 동시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꾸준히 스냅드래곤을 탑재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AI PC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며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퀄컴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의 팹리스(생산라인 없는 반도체 설계사) 기업들과도 만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에서 과거의 '초격차'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미국 출장은 이러한 평가를 극복하고 메모리 및 파운드리 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출국하여 2주간의 일정을 마친 후, 임원들에게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앞으로의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미국 방문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며 미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의 활발한 외교와 협력 활동이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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