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직원의 불법 건강진단 판정...법원 '특수건강진단기관 자격 박탈 타당'

행정직원이 건강진단 판정...서류 거짓 작성 적발
검진 일자 허위 기재도 확인...국고 지원 부정 수령 시도
재판부 근로자 건강권 강조...유사 사례 재발 방지 필요성 언급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건강진단 판정 관행에 대한 중요한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은 의료 윤리와 근로자 건강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A의원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의사가 아닌 행정 직원이 건강진단 결과를 판정하고, 이를 의사가 수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것이다.

A의원은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특수건강진단기관으로 지정받았다. 특수건강진단기관은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환경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검진하고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2022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정기 점검 결과, A의원의 심각한 위법 행위가 드러났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A의원은 의사가 아닌 행정 담당 직원이 건강진단 결과를 판단하고, 이를 마치 의사가 수행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는 의료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행위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A의원이 건설회사의 국고 지원을 위해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근로자들의 검진 일자를 거짓으로 기재한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오류를 넘어서는 의도적인 기만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23년 A의원의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A의원은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고용노동청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A의원 측은 단순한 행정상의 실수로 서류가 잘못 작성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강진단 판정 업무를 마치 의사가 한 것처럼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사실이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됐다"며 A의원의 주장을 기각했다.

또한, 검진 일자 거짓 기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처분을 근거로 사실로 인정했다. 공단은 이미 A의원에 대해 3년간 특수건강진단 비용지원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특수건강진단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수건강진단제도는 열악한 환경에 종사하는 유해물질 취급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의료기관의 허위·불실 판정 시 근로자가 사망에까지 이르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의료계와 산업 현장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의 책임은 매우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의료기관의 윤리의식과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의료행위는 단순히 서류 작성이나 행정 절차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향후 정부와 관련 기관은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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