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합류 전공의들, 전공의 목소리 전달 위해 참여... 일각에선 배신 비난
올특위 간사직 수락한 임진수, 의협 견제 위해 참여... 대전협 반발
전공의 사회 둘로 갈려... 소통 창구 필요성과 대표성 문제 놓고 논쟁
의료계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집행부에 사직한 전공의들이 합류하면서 전공의 사회에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를 우회하는 '패싱'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의협 임현택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협은 지난 3월 21일 상임이사회를 개최하고, 사직 전공의 출신인 임진수 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을 기획이사로 임명했다. 임 기획이사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올특위)'의 간사로도 활동하게 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전협 박단 위원장이 참여를 거부한 올특위에 임 기획이사가 참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협은 다른 사직 전공의인 이동형, 정근영 씨를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동형 씨는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며, 정근영 씨는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를 사직한 상태다.
이러한 의협의 움직임에 대해 전공의 사회에서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많은 전공의들은 의협이 대전협을 배제하고 직접 전공의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로 해석하며, 이를 '대전협 패싱'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집행부에 합류한 사직 전공의들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이동형 위원은 전공의들에게 공유한 입장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정부와의 협상안을 정하는 것과 관련된 결정권은 전혀 없고 전공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 또한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자문위원은 여러 의료정책에 대한 전공의의 목소리를 의협에 적극 전달하기 위한 자리이지 전공의를 대표해 협상안을 조정하고 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의협의 의사결정 과정이 전공의들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정책자문위원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전공의)들의 의견이 패싱되지 않고 적극 반영되도록 의협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 위원은 2020년 9월 4일 의정합의 당시의 경험을 언급하며, 전공의들 사이에 존재하는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은 대전협과 의협이 모두 동의해서 정부와 합의가 진행된다 할지라도 그 과정이 졸속합의라면 전공의 대부분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졸속 합의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특위 간사를 맡은 임진수 이사 또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의협이 허튼 짓 하는데 모르고 당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집행부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대전협이 참여를 거부한 올특위에 간사로 참여한 이유에 대해서는 "만장일치제여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듣기에 좋은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 이사는 "대정부 투쟁을 하든 협상을 하든 전공의, 교수, 개원의는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의료계의 단합을 강조했다. 또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이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득일지, 실일지, 시도해볼 가치는 있을지 논의해 달라"고 전공의들에게 당부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공의 사회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일부 전공의들은 의협 집행부와 올특위에 합류한 사직 전공의 3명을 '매국노 이완용'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뒤통수를 쳤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전공의들도 있었다. 이들은 "소통해보자는 건데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을 제시하며, 당장 비난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장기화되고 있는 의료계 파업 상황에서 의협과 대전협, 그리고 전공의 사회 내부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의협 집행부에 합류한 사직 전공의들의 활동과 이에 대한 전공의 사회의 반응, 그리고 대전협의 대응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내부 갈등이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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