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무기한 휴진 첫날...필수진료 유지 속 일부 외래 '널널'

응급실·중환자실 등 정상 운영...소화기·신장병센터 여전히 붐벼
안석균 비대위원장 "정부, 전공의·의대생과 직접 대화해야" 촉구
타 대형병원 휴진 철회와 대조...연세의대 "역사 이어가기 위한 결정"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이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다른 주요 대학병원들이 휴진을 중단하거나 유예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휴진 첫날인 27일 오전, 세브란스병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수들이 일반병동을 비롯해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유지업무를 계속 수행했기 때문이다. 3층 로비는 여전히 환자들로 북적였으며, 이비인후과, 척추류마티스통증센터, 소화기내·외과 외래의 진료실 앞에도 대기 환자들이 많았다. 암병원 로비 역시 접수를 위해 기다리는 환자들로 붐볐다.

그러나 일부 진료과의 외래 진료실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신경과와 신경외과가 공동으로 진료하는 뇌신경센터 대기실에는 환자 한두 명만이 앉아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피부과, 성형외과 외래진료실 앞에는 대기 환자가 전혀 없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환자들은 병원 이용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 환자는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진료가 밀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병원 측이 환자들에게 정상 진료를 한다고 안내한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로비 등에 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나 배너 등으로 환자들에게 정상진료한다고 안내한 것 외에 특별히 취한 조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휴진 참여율을 파악해야 대응책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 같다"며 "참여율 자체가 현저히 낮은 상황이면 딱히 대책을 세울 이유는 없지 않은가. 오늘이 첫날인 만큼 앞으로 추이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석균 연세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휴진 상황에서도 필수업무를 유지하고 있어 큰 혼란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필수업무를 유지하고 있어 큰일이 벌어지거나 그러진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무기한 휴진을 이어가면서도 필수업무를 유지하며 혼란을 방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휴진이 진료과 단위가 아닌 교수 개인의 선택으로 진행되는 만큼 정확한 휴진 규모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 비대위원장은 무기한 휴진의 중단 여부는 정부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와 국민에게 송구하다. 그러나 이 사태를 끝내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사태의 핵심은 정부가 잘못 예측해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정부에 사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과 대화해야 한다. 교수들은 대화 상대가 아니다. 교수들은 협상안 등을 낸 적도 없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다른 주요 대학병원들이 휴진을 중단하거나 유예한 것과 달리 연세의대가 무기한 휴진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안 비대위원장은 "맥락과 병원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무기한 휴진에 나서는 것은 연세의대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브란스병원의 무기한 휴진은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휴진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이것이 환자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동시에 정부와 의료계 간의 대화와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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