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네토박터 감염 1세 환아, 의료분쟁중재원 '병원 일부 책임' 판단

중재원 "의료행위·감염관리 과실 없지만, 의료진 통한 감염 가능성 인정"
보호자 "감염관리 부주의" vs 병원 "불가피한 상황"... 양측 400만원 합의
전문가 "병원 내 감염관리 중요성 재확인... 의료진 위생 관리 철저히 해야"

최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1세 환아의 병원균 감염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2023년 2월, 1세의 환아 A씨가 발열, 구토, 설사 등의 증상으로 B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A씨를 살모넬라 장염으로 진단하고 수액 치료, 혈액 검사, 영상 검사 등을 실시했으며, 우측 다리에 정맥주사를 삽관했다.

초기 치료 후 A씨의 증상은 호전되는 듯했으나, 입원 5일 차에 갑작스러운 고열 증상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살모넬라증 및 정맥 감염을 의심해 혈액배양 등의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대표적인 병원성 균주인 아시네토박터(Acinetobacter baumannii)가 검출되었다.

아시네토박터는 주로 감염 환자나 병원체 보유자와의 직·간접 접촉, 감염원과 접촉한 의료진의 손, 또는 오염된 의료기구나 환경 표면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이 확인된 후, 의료진은 즉시 정맥주사를 우측 다리에서 좌측 손으로 교체하고 항생제 치료를 시작했다. 또한 균의 특성을 고려해 지속적인 입원 치료를 권유했으나, 보호자의 거부로 인해 A씨는 퇴원하게 되었다.

퇴원 당시 A씨의 입원결과 기록지에는 '발열과 전신 상태, 염증성 수치 등 모두 호전됐으나, 아시네토박터 균 특성을 고려해 정맥주사 항생제 병행요법 및 면역상태 평가를 권유했고, 환아가 병실 환경을 힘들어해 경구 항생제 병행요법 계획 하 퇴원 후 외래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었다.

그러나 퇴원 다음 날, A씨는 우측 종아리 부종, 열감, 압통으로 B병원에 재입원하게 되었다. 재입원 당일 시행한 연조직 초음파 검사 등을 종합한 결과, 정맥염 및 연조직염, 정맥주사 부위 아시네토박터 감염 소견 등이 나타났다. A씨는 이후 30일간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으며, 한 달간 외래진료를 지속했다.

이 사건에 대해 A씨의 보호자는 B병원의 감염관리 부주의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1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보호자 측은 의료진의 감염관리 부주의로 아시네토박터 감염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퇴원 당시 환아의 정맥주사 부위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퇴원시켜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B병원 측은 감염관리에 최선을 다했으며, 감염은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이 사건에 대해 상세한 검토를 진행했다. 중재원은 우선 의료행위와 관련해서는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환아의 탈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정맥주사와 말초 정맥관 관리 등에서 B병원의 부적절한 의료행위는 없었다고 보았다.


또한, 의료진이 입원 상태 유지와 정맥 항균제 투여를 권유했으나 보호자의 반대로 경구 항생제 처방 후 퇴원 조치한 것도 의학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염 관리 소홀에 대해서도 중재원은 명백한 병원 측 과실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 의학 기술로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병원감염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B병원 의료진이 통상의 의료수준에 따른 병원감염 예방조치를 게을리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단순히 감염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병원 감염관리에 잘못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재원은 A씨의 감염이 말초 정맥관 삽입 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해, 병원 측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A씨에게 증상이 나타난 것이 말초 정맥관 삽입 후 약 120시간이 지난 시점이며, 해당 부위를 환아나 보호자가 만졌다고 볼만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최초 말초 정맥관 삽입 시 의료진의 손 등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중재원은 B병원이 A씨 측에 400만원을 지급하고, 이 사건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조정했으며, 양측은 이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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