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금연 강요에 화장실 이용 제한까지... "개인 권리 침해" 반발
올해 상반기 퇴사자만 147명... "근속연수 짧기로 유명" 업계 평가
폭언·폭행 의혹도 제기... 덴티움 측 "공식 입장 없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인 덴티움의 창업주 정성민 회장을 둘러싼 '사내 갑질' 의혹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제기된 추가 폭로들은 단순한 복장과 두발 규제를 넘어서 직원들에 대한 폭언과 폭행 의혹까지 포함하고 있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12일, 익명을 요구한 덴티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성민 회장이 전 직원에게 금연서약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덴티움의 금연서약서에는 "나 ㅇㅇ은 본인과 가족 및 회사 동료 건강을 위하고 덴티움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에 기여하고자 지속해서 금연할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직원들은 이러한 서약서에 '사랑하는 내 가족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하여' 등의 문구를 자필로 작성해야 했다.
문제는 이러한 금연 서약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금연을 권장하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를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흡연이 적발될 경우 급여 삭감 등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사무실에서 흡연을 하는 것도 아닌데 직원들이 대표 눈을 피해 뒷산으로 넘어가거나 차를 타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다른 기업에서도 금연서약서를 작성하기도 하지만 모두 희망자에 한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회사가 흡연할 권리마저 박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타 기업들이 금연을 결심한 직원들에게 상담 및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성공 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덴티움은 모든 것이 강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 직원은 "비흡연을 권장하는 것 자체는 좋으나 그것을 강요하면 문제가 된다"며, "한 날은 한 직원에게 담배냄새가 나니 해당팀 전체에게 인센티브 삭감이라는 패널티를 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압적 기업문화로 인한 직원들의 불만은 여러 방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정성민 회장이 수시로 회사 청소 상태를 점검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의료기기 회사라는 점에서 청결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며, "가끔 내가 청소를 하러 왔는지 업무를 하러 왔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더불어 담당 업무가 아닌 메신저 내용까지 읽고 답변해야 하거나, 매월 전 직원에게 특정 책을 사비로 구매하고 독후감을 작성하게 하는 등 업무와 무관한 지시에 대한 고충도 제기되고 있었다. '슬리퍼 착용 금지', '듀얼 모니터 사용 금지', '탁상 위 선풍기 비치 금지'와 같은 사소한 규제에 대한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었다.
특히 익명 기반의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더욱 심각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었다. 한 누리꾼은 "정성민 회장이 배나 옆구리 등을 장난이란 이유로 때린 적도 있고 체력단련이란 명목으로 사무실 맨바닥에서 팔굽혀펴기 등을 시킨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화장실 이용시간을 제한해둔 탓에 한 직원은 방광염에 걸려 퇴사를 결정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조기 퇴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해 1~6월 덴티움 퇴사자는 147명에 달했다. 대부분 신규 입사자로 채워지고 있지만 근속연수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덴티움은 업계에서도 근속연수가 짧기로 유명하다"며, "인력을 계속 채용한다는 것은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직원이 그만큼 빠져나간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2000년 설립된 덴티움은 2017년 업계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하는 등 성장을 지속해 현재 국내 임플란트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류를 위한 혁신과 품질 절대주의'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 치과산업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지난해에만 매출액 3931억원, 영업이익 1382억원을 올렸다.
창업주 정성민 회장은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치의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덴티움 사옥에서 개인치과를 운영하며 현직 치과의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치과의사로 모교인 경희대에서 특별강연을 하는 등 자신의 스토리를 공유하며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제기된 일련의 의혹들로 인해 정 회장의 리더십과 기업문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덴티움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향후 사태의 전개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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