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정원 조정안 '역효과' 우려... 의료계 "현실 무시한 정책"

"수도권-비수도권 55:45 비율도 무리"... 학회 "탄력적 운영 필요"
전문가들 "정부 재정 투입 없인 수련 개선 불가능"... 1조원 규모 언급
복지부 "의견 수렴하겠다"... 필수의료 특별회계 통한 지원 검토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인력전문위원회가 주최한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방안' 토론회에서 정부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 조정 정책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지난 14일 서울역 T타워에서 토론회가 개최되었으며, 의료계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현 의료 인력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대한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연세의대 내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정부의 전공의 정원 비율 조정 정책이 의도와는 달리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전공의 수련 내실화를 위해 역량 중심 수련 교육, 평가 시스템 개선, 지도전문의 지원 강화, 술기교육 강화, 그리고 주당 80시간 수련 및 36시간 연속근무제도 개선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박 이사는 정부가 올해 1월부터 추진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60:40에서 55:45로 변경)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가 수련병원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켜 모든 관계자들의 불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수련 현장의 실정을 반영한 학회 주도의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이사는 2023년에 진행된 '26개 전문과목 수련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지도전문의 비율, 병상 수, 외래환자 수, 퇴원환자 수, 수술 건수 등 모든 지표에서 수도권이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각 전문과목별로 다양한 비율의 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이 실행될 경우, 수도권에서는 수련병원과 학회 간의 극심한 갈등, 수련실태조사의 무용론 대두, 남은 전공의들의 업무 과중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준비 없는 무리한 증원, 역량 있는 지도전문의 확보의 어려움, 비인기과의 지원율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전공의 정원 비율을 조정했다고 설명하면서, 의학회와 상의하여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는 또한 인턴 수련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재 인턴 수련을 관리하거나 인증하는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수련 과정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수련병원에만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턴 교육의 체계화, 인턴 전담 지도전문의 지정, 그리고 이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내과학회 김대중 수련교육이사는 정부가 교육비를 지불해야 하며, 의학회 등에서는 약 1조원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전남의대 외과 주재균 교수는 전공의의 이중적 지위(피교육자이자 근로자)를 언급하며,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급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수당 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김국일 정책관은 전공의 수련체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며, 국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전공의 지원을 중점사업으로 분류하고, 필수의료 특별회계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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