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의대교수 "의대 증원은 교육 질 저하" 경고... "200명 강의는 불가능"

"카데바 1구당 8명도 많아... 해부학 실습 제대로 안 돼"
교수 1000명 증원 계획도 비판 "실질적 증원 아닌 직급 변경에 불과"
"의대 증원, 의료 질 높이는 게 아니라 격하시키는 것" 강력 주장

지난 7월 충북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임한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15년간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장을 역임한 배 전 교수는 현재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배 전 교수는 청문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과정의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의학 교육의 질적 저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준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증원 시 해부학 수업의 실효성에 대해 질문하자, 배 전 교수는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카데바(해부 실습용 시신) 1구에 6~8명이 적정 수준이 아니라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교육 수준"이라며, "한두 명만 더 늘어나도 뒤에 있는 학생들은 인대가 전혀 보이지 않고, 간을 싸고 있는 조직 구조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해부학 실습을 마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김 의원이 "의대 증원이 의료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하시키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배 전 교수는 "현재의 의료시설, 교지, 면적, 학생 1인당 면적, 학생 1인당 교수 수 등을 고려할 때 후퇴할 수는 있어도 절대 전진할 수 없는 구조"라고 단언했다.

의대 시설 문제에 대해서도 배 전 교수는 비판을 가했다. 그는 "교육부와 총장은 200명 학생이 들어와도 1~2년은 예과과정이기 때문에 강의실을 증설하면 된다고 하지만, 예과과정도 학점의 3분의 2 정도가 필수과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명 학생을 제대로 교육시키려면 최소한 60명씩 4개 반으로 나눠야 하며, 강의실 60석까지 4개, 교수 4명이 한꺼번에 투입돼 따로따로 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국립의대 교수 1000명 증원 계획에 대해서도 배 전 교수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계획은 발표했지만 실상 아무 계획도 수립된 게 없다"며, "1000명을 늘리겠다는 것도 신규 인력을 발령하는 게 아니고 기존 병원 돈으로 발령됐던 기금교수를 전임교수로 옮기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배 전 교수는 "병원에 새로운 교수를 1000명 증원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대비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의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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