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대책 놓고 평행선... 복지부-병원장 간담회 '공회전'

조규홍 장관 "추석 연휴 대비 수가 250% 인상"... 병원장들 "의사 없는데 무슨 소용"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70% "전문의 12명 미만"... 추석 의료대란 우려 고조
병원장들 "정부, 문제 본질 외면" 비판... "의료개혁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의정갈등의 장기화로 인한 의료공백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과 주요 대학병원장들의 간담회가 개최되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조규홍 장관은 추석 명절 기간 동안의 응급의료 역량 유지를 당부했고, 병원장들은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간담회는 실질적인 해결책 없이 공회전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40여 명의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장들이 참석했다. 최근 응급실 의료진 이탈과 그로 인한 진료 차질 우려를 공유하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조규홍 장관은 추석 연휴 대비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대책을 언급하며, 지역 책임의료기관들의 진료 역량 유지를 강조했다. 특히 추석 연휴를 '비상 대응 주간'으로 지정하고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까지 인상하는 등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참석한 병원장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들은 당장 응급실을 지킬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1일 기준 전국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70%가 넘는 31곳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12명 미만으로, 365일 24시간 응급실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 병원장은 "응급의료 현장 상황은 정부가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당장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100% 수가 인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병원장은 "환자들의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추석 연휴 의료대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의 사태 해결 의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일부 병원장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정부는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간담회에서도 별다른 의견을 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 종합병원이나 공공병원을 가 보면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 의료개혁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병원장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곳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피로 누적 등으로 계속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드러난 것은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인식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수가 인상 등의 지원책을 통해 응급의료 체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의료계는 근본적인 인력 부족 문제 해결 없이는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의료개혁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병원장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더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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