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경우 20일이 지난 후 일반병상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돼
- 다인실 위주의 우리나라 병상체계에서는 의료기관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안감 커져
의료현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실 재원 기간을 20일로 제한한 정부 방침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물러설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 지 20일이 지날 경우 격리가 해제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손실보상도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 심의‧의결에 따라 17일부터 코로나19 환자 재원일수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보상 차등화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 중환자실, 20일 경과 시 나와야
17일 0시부터 적용된 ‘코로나19 환자 격리해제 기준’에 따르면 중환자실에 입원한 코로나19 중환자도 ‘증상 발생일로부터 20일 경과 시 증상 기준과 관계없이 격리해제’ 해야 한다.
코로나19 환자 중증병상 운영에 대한 보상기준을 합리화해 꼭 필요한 환자가 병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재원일수 단축 및 회전율 증가를 통해 중환자 사망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으로, 기존에는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의 사용병상 보상 시 재원일수에 관계없이 기존 병상단가의 10배를 보상해왔으나 앞으로는 재원일수에 따라 초기에 사용병상 보상을 강화하고 후반부 보상을 축소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입원일로부터 5일까지는 14배 ▲6일부터 10일까지는 10배 ▲11일부터는 6배이며, 20일 이후 격리해제 된 경우에는 보상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경우 20일이 지난 후 일반병상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되면 20일 이전까지의 치료비는 국가에서 전액 부담하지만 그 이후 치료비는 건강보험 환자로 적용돼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는 중증환자 병상 부족 상황 해소 시까지 한시 적용된다.
하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다른 일반 환자가 사용할 병상으로 '돌려막기'하는 임시방편일 뿐만 아니라 현장 상황을 무시한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대한의사협회, 우려의 목소리
이에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는 17일 중환자 격리해제 기준을 재검토하라고 요구에 나섰다. 전문위는 “현재 제시한 중환자 격리해제 기준을 즉각적으로 철회하거나 1인실로 격리가 가능한 중환자실에 한해 시범 적용을 권고한다”며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재검토와 보완을 실시하도록 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중환자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아닌 일반 중환자들이 변경된 지침으로 인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전문위는 “코로나19뿐 아닌 비(非)코로나19 중환자실도 부족하다”며 “해당 지침으로는 일반 중환자실 병상이 격리해제된 코로나19 중환자로 채워질 우려가 있으며 이는 곧 코로나19 환자 이외 일반 중환자들의 치료 제한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위는 “지금도 응급실에서 며칠씩 중환자실 자리를 기다리는 비코로나19 중환자는 앞으로 중환자실 입원이 거의 불가능할 수 있다”며 “수술, 응급처치 등 일반진료가 지연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집단감염의 우려
전문위는 “정부의 20일 이후 격리해제 기준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 기준을 수용한 것이지만 미국과 유럽은 대부분 중환자실이 1인실”이라며 “다인실로 구성된 우리나라 중환자실 환경과 차이가 있으며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감염력 있는 중환자가 있다면 다인실 위주의 우리나라 병상체계에서는 의료기관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이번 격리해제 기준이 실제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민들에게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전문위는 “CDC도 20일 이후에도 면역저하자 등 일부 환자들은 여전히 전염력이 있는 상태일 수 있다고 명시한다”며 “이는 중환자 의료진뿐만 아니라 비코로나19 중환자에게 감염 위험성이 있으며, 정부는 추후 치료과정에 치명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의료진과 환자 간 마찰을 최대한 줄여 일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격리기간 이후 발생하는 입원치료비가 환자 본인부담으로 전환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전문위는 “전 세계적 감염유행 상황에서 감염병 치료와 관리는 국가의 책무이며, 코로나19 환자의 치료와 후유증을 포함한 관리 또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 요지부동인 정부
그러나 중수본 보상지원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병상에 손실보상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질병청 격리해제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증상발현 후 20일이 지나면 격리해제 돼 코로나19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입원 20일 후에는 보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손실보상 지급 원칙은 질병청 격리해제 지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격리해제 지침 개정 전에는 20일이 지나도 의사가 코로나19 환자로 판단하면 보상이 됐지만 이제 (의사 판단과 상관없이) 20일 이후 코로나19 환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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