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의료재단에서 추진 중인 내포신도시 종합병원 건립 사업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이번 건립 계획이 무산될 경우 경기 위례신도시(2021년), 경기 하남시(202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종합병원 설립이 실패하게 된다. 이로 인해 명지의료재단이 꿈꿔온 ‘본원을 능가하는 상급종합병원 건립’이라는 목표에도 큰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명지의료재단은 지난해 충남개발공사와 356억 원 규모의 의료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내포신도시 내포 명지병원을 2026년 3월까지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23년 5월 납부해야 할 토지 매매 중도금 53억 3,700만 원을 미납하면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충남도는 명지의료재단이 병원 설립을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충남도가 직접 병원을 설립하고 대학병원에 위탁운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명지의료재단은 2022년 5월 충남개발공사와 의료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올해 1월에는 내포 명지병원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내포 명지병원은 약 3만 4,214㎡ 부지에 연면적 5만 6,198㎡, 525병상(급성기 병상 350개, 재활요양 병상 175개) 규모로 2026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병원에는 27개 진료과가 운영되며, 중증 응급, 심뇌혈관 등 전문 진료센터도 설치할 계획이었다. 병원 운영에는 전문의 94명, 간호사 414명을 포함한 총 857명의 의료진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내포 명지병원 추진단 발족식에서 "내포 명지병원은 기존의 의료인프라와 지역 특성을 조화시킨 환자 중심의 최첨단 통합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단순한 종합병원 개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 미래 의료를 책임질 스마트 헬스시티의 테스트 베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포 명지병원이 단순한 종합병원이 아니라 미래 의료 환경을 선도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지의료재단은 올해 5월 토지 매매 중도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하면서 건립 계획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중도금 납부 약정 기일이 이미 6개월이나 지난 상태이며, 납부 최고 기한이 두 번이나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계약이 해제된다.

명지의료재단은 미납 사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신규 투자 위축과 의료진 유출 등의 복합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포 명지병원 건립 사업이 난항을 겪자, 충남도는 종합병원 설립의 대안 마련에 나섰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명지의료재단이 종합병원 설립을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충남도에서 의료기관을 직접 설립하고 이를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내포신도시는 소아 의료 수요가 높은 지역이므로, 1단계로 소아 진료 중심의 특화병원을 설립해 총사업비 487억 원을 투자하고, 응급실, 24시간 소아진료센터, 외래 진료실, 영상실, 검사실 등 의료시설을 구축해 2026년 3월 착공, 2028년 3월 준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이후 대학병원에 위탁해 운영될 계획이다.

이어 김 지사는 "2단계로는 총사업비 1,500억 원 규모의 중증 전문 진료센터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1단계 소아 중심 특화병원의 공사 기간에 위탁 대학병원과 협의하고 타당성 조사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해 2028년에 착공, 2030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종합병원 직접 투자 방식에 대해 "종합병원을 민간 유치할 경우에도 도비 1,000억 원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고 개원 이후 운영비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이 방식은 의료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충남도가 직접 병원을 건립하고, 신뢰할 만한 대학병원이 이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명지의료재단은 내포 명지병원 건립 이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종합병원 설립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서울 위례신도시의 대형병원 부지에 민간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응모했으나 가천대 길병원에 밀리며 사업이 무산되었다.

당시 위례신도시는 서울 내 마지막 남은 대형병원 부지로 많은 의료기관의 관심을 받았으며, 명지의료재단 역시 위례신도시에 상급종합병원을 건립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2022년에는 경기 하남시의 H2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해 본원을 능가하는 상급종합병원을 세우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으나, 사업 부지 사용 문제로 또다시 실패를 경험했다. 하남시 사업 부지 중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10만 3,024㎡가 환경 등급 평가에서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향된 것이 사업 무산의 주요 원인이었다.

개발 제한과 환경 평가 문제가 겹치면서 명지의료재단은 하남시 종합병원 설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대안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내포신도시였다.

그러나 내포 명지병원 역시 토지 매매 중도금을 미납하면서 사업 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지의료재단이 이번에도 종합병원 설립에 실패하게 된다면, 연이어 세 번의 큰 사업을 모두 무산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명지의료재단이 꿈꾸던 ‘본원을 능가하는 상급종합병원 설립’이라는 목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명지의료재단의 연이은 실패는 의료재단의 경영 전략과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내포 명지병원의 좌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역 의료 서비스 확충에 대한 기대도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명지의료재단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내포 명지병원을 계획대로 설립할 수 있을지, 아니면 충남도가 직접 병원을 설립하고 대학병원에 운영을 맡기는 대안이 현실화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내포신도시 주민들과 충남도민들은 지역의 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해 빠른 해결책을 바라고 있으며, 충남도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