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시 응시자 90% 급감... 의료인력 양성체계 붕괴 위기
신규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5분의 1로 감소... 의료공백 현실화
의정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및 군의관 인력 공백... 의료계 총체적 난국
의정갈등이 계속해서 장기화로 지속되면서 예상되었던 '의사 배출 절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의사 국가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과 전형에서 응시자가 급감하며 의료인 양성체계의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의료개혁'이라는 구호만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 국가시험 응시자 90% 감소... 의료인 양성체계 붕괴 위기
이번 의정갈등 사태로 인해 신규 의사 배출의 첫 단계인 의사 국가시험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마감된 제89회 의사국시 필기시험에는 단 304명만이 접수했다. 이는 지난 1월 제88회 필기시험의 3270명 대비 90% 이상 급감한 수치다.
통상 의사 국가시험은 본과 4학년 의대생 약 3000여 명과 전년도 불합격자, 외국 의대 졸업자 등 총 3200여 명 규모로 이루어져 왔지만, 이번 의정갈등으로 대부분의 의대생이 휴학을 택하며 학사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필기시험 응시자 역시 급감하는 상황에 처했다.
실기시험의 경우도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7월 마감된 제89회 의사국시 실기시험에는 총 364명만이 접수했으며, 이는 전년도 응시자 3212명 대비 11.3%에 불과하다. 2020년 의료대란 시기에도 의대생들의 대다수가 응시를 거부하면서 응시자 수가 423명으로 감소한 바 있지만, 이번 응시자 수는 그보다도 적어 의사 배출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신규 전문의 배출 감소...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5분의 1 수준
의사국시뿐만 아니라 전문의 자격시험에서도 응시자 수 급감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최근 마감된 제68차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는 566명에 불과했으며 이는 평상시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한 2782명과 비교했을 때, 80%가 감소한 수치다.
전문과목별 응시 현황을 보면, 내과가 106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정의학과 92명, 정형외과 57명, 정신건강의학과 42명, 응급의학과 30명 순이었다. 반면 피부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예방의학과 등은 응시자가 한 자릿수에 그쳐 전문과목 간 인력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전공의 수급도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내달 초 2025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계획을 공고할 예정이지만, 이번 의정갈등 사태로 전공의 복귀가 요원해 전공의 모집률이 낮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7~8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7645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104명에 그쳐 지원율이 1.36%에 불과했다.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 인력 공백 우려
의사 배출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 인력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상 의사면허 취득 후 수련병원에 인턴으로 취직할 때 '의무사관후보생 전공의 수련 동의서'를 작성하고 의무사관후보생으로 선발되지만, 올해 의무사관후보생으로 선발된 인원은 전년 대비 87% 감소한 184명에 그쳤다.
2025년도 전공의 모집과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수급은 의료 인력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수련 현장을 떠난 1만 명의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가 의료 인력의 수급을 좌우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의료계의 위기와 총체적 난국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사 배출 절벽이라는 전례 없는 재앙적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현장에서 내년도 신규 전문의와 의사 인력 배출 절벽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 이후 한국 의료계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 의료는 공멸 혹은 극적인 타개의 기로에 서 있다"고 덧붙이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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