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분주해진 기업들..의료계도 조심해야

- 고의 중과실이 있다면 최대 5배의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 병원장이나 이사장의 경우 형사상 처벌 가능성과 수위가 매우 높아질 수 있게 돼 주의 요망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전격 시행된다. 사회적으로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분위기 속에서 여러 기업들은 법률 시행을 앞두고 컨설팅과 교육을 받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다 하지 못해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 즉 병원장이나 이사장에게 매우 강도 높은 형사 처벌(사망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고의 중과실이 있다면 최대 5배의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 병원과 의원도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병원에서 도급이나 위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병원과 개인사업자인 경우에는 2024년 1월 27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골자는 일종의 상시 '관리 체계'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형사 또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것 ▲재발방지대책 및 수립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할 것 ▲행정기관이 개선하도록 하거나 시정하도록 하는 사항을 이행할 것 ▲법령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를 취할 것이 그 내용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을 설정하는 것, 전담 조직을 설치해 권한과 예산, 책임을 부여하는 것, 매뉴얼을 구성하고 마련하는 것, 그리고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재해예방조치에 대한 평가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점검하는 것 등이 그 예시이다.

중대재해나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한 경우 만일 평소에 안전보건확보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 5배 조항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나 보호자와 원만한 초기 합의를 통한 분쟁 해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말한다. 직업성 질병에는 보건의료종사자에게 발생하는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도 포함된다.

중대시민재해는 병원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발생하는 재해를 말하는데,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했거나,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공중이용시설(연면적 2000㎡ 이상 또는 100병상 이상 병원)의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는 재해를 뜻한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은 형사상 법정형이 매우 높고, 민사상으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정하고 있어 리스크가 매우 크다.

특히 병원장이나 이사장의 경우 형사상 처벌 가능성과 수위가 매우 높아질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과거 밀양에서 있었던 안타까운 병원 화재 사고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됐는데, 만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고였다면, 법정형 자체가 높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병원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책임 소재에 따라 최악의 경우 경영진이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경영자 입장에선 어떻게든 실형을 모면하기 위해 장기간 법적 다툼을 이어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정작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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