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의료기관 업무정지처분 취소 판결…환자 생명 보호 우선

업무정지처분이 환자들에게 미칠 심각한 위험, 대법원 판단
복지부의 과도한 제재, 재량권 남용으로 판결
대법원, 공익과 사익의 균형 맞춘 판례 제시

대법원에서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에 업무정지처분을 내렸을 때, 해당 처분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의료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복지부가 법적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보건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이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확히 규명했다.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병원의 위기


이번 사건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감염증 환자 요양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B병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과 관련된 것이다.


이 병원은 2023년 9월 기준으로 137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며, 이들 환자 대부분은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에 걸린 고령 환자들이다. CRE 감염증은 치료가 매우 어려운 감염증으로, 특히 고령자와 장기 재원 환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병원은 이러한 환자들에게 격리 치료와 특수한 의료 장비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이 병원의 업무가 중단된다면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CRE 감염증을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극소수여서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이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사건의 시작, 부당 청구와 업무정지처분


이번 사건의 발단은 A씨가 운영하는 B병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현지조사에서 발생한 부당 청구에 대한 처벌에서 시작되었다. A씨는 2015년부터 B병원을 운영해온 의사로, 2018년 11월에 복지부의 현지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A씨는 약제비를 기준보다 높은 금액으로 청구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복지부는 B병원에 요양기관과 의료급여기관에 각각 30일, 20일의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복지부는 A씨가 '약제비 실구입가 산정기준 위반'을 이유로 8511만원의 요양급여비용과 1956만원의 의료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전산 프로그램에서 설정된 가격을 사용한 착오였으며, 고의로 잘못 청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판결, 공익과 사익을 고려한 결정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며, 보건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업무정지처분이 의료기관의 부당 청구를 제재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이 처분이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특히 B병원은 CRE 감염증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업무정지처분이 시행되면 환자들의 치료가 중단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CRE 감염증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격리 병실과 고가의 의료 장비를 필요로 하며, 국내에서는 이러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하다"며, "B병원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이 환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B병원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은 공익보다 사익의 침해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의료기관과 환자 보호의 중요성


대법원은 복지부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대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한 재량권 행사를 인정했다.

특히, A씨가 자신이 잘못한 사실을 인정하고, 즉시 수정한 점을 감안했을 때, 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은 과도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복지부는 부당 청구를 제재하고자 했지만, 그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향후의 법적·행정적 방향


이번 판결은 보건복지부가 향후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내릴 때, 단순히 법적인 기준에 맞춰 처분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가 되었다.


김준래 법률사무소의 김준래 변호사는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복지부가 공익과 사익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중요한 법리를 제시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복지부는 이제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이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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