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귀가 후 뇌경색... 법원, "의료진 과실 없다"

급성 뇌경색 진단 누락 주장 법원, 증거 부족으로 청구 기각
A씨의 장애 원인 놓고 법적 공방, 의료진 판단 타당성 인정
응급실 검사 결과 논란 법원, 의료 과실 단정할 수 없다 밝혀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특별한 이상 소견 없이 귀가 조치된 후 급성 뇌경색으로 장애를 입게 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신성욱 판사는 A씨가 B의료법인을 상대로 1억263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7일 법조계가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6월 23일 새벽, A씨가 오른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어지럼증과 함께 구음장애 및 안면마비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다.


이러한 증상은 일반적으로 중추신경계 문제를 시사할 가능성이 있지만, 당시 A씨는 증상이 완화되지 않자 당일 오후 4시 23분경 B의료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했다. 병원 의료진은 혈액검사, 복부 및 흉부 X-ray, 뇌CT 등 다양한 검사를 실시했으나,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귀가를 권유했다.

그러나 A씨의 상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다음 날 오후 3시 30분경 다른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하게 된다. 이곳에서 실시한 뇌CT 검사 결과, 좌측 전대뇌동맥(Lt. Anterior Cerebral Artery) 영역에 급성 뇌경색이 확인되었다.


해당 병원의 의료진은 즉각적인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권유했고, A씨는 약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하지만 퇴원 이후에도 오른쪽 하반신 위약감, 왼손 조절 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후유증이 남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최초로 방문했던 병원의 의료진이 급성 뇌경색을 제때 진단하지 못해 치료 기회를 놓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응급실 방문 당시 뇌경색을 시사하는 전형적인 증상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이를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뇌CT 검사 결과에서도 뇌경색을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의료진의 미숙한 판독으로 인해 진단이 지연되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감정의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참고하여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응급실 방문 당시 A씨의 임상 증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의료진이 급성 뇌경색을 강하게 의심할 만한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A씨에게 구음장애, 편마비, 감각 이상, 시야장애, 의식 저하 등 뇌경색을 시사하는 주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근력 검사에서도 정상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에서 당시 의료진이 내린 귀가 조치가 임상적으로 합리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뇌CT 검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의료진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검사에서 양측 기저핵과 뇌실 주변 백색질에 오래된 허혈성 병변이 발견되었을 뿐, 현재 문제가 된 좌측 전대뇌동맥 영역의 급성 뇌경색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당시 의료진이 뇌경색 가능성을 배제한 판단이 과실로 간주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응급실 방문 후 13시간이 지나 다른 병원을 찾았기 때문에, 급성 뇌경색 치료의 적기라고 볼 수 있는 시점을 이미 놓친 상황이었다"며 "B의료법인 의료진의 조치가 A씨의 장애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B의료법인 의료진은 어지럼증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신경학적 검사를 포함한 다양한 진단 검사를 적절히 시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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