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식 요양병원 환수 처분, 법원 "금지 규정 없다"며 공단 '패소'

자율 배식 금지 규정 부재, 공단의 과도한 해석에 제동
‘의사 처방’ 요구에 대한 반박, 법원은 정부 처분 위법 판결
대법원 판례 따라, 요양급여 환수 근거 없는 행정처분 취소

서울행정법원 제1부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취소하라는 요양병원 운영자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 서울행정법원은 자율 배식을 문제 삼아 요양병원에 내린 환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사진 출처: 서울행정법원).

이번 판결은 자율 배식을 문제 삼아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내린 공단의 행정적 조치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이루어졌다.


A씨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환자들에게 자율 배식을 제공했는데, 이는 요양급여비용으로 산정하여 청구되었다는 이유로 공단이 환수를 결정한 사건이었다.

공단의 환수 처분 사유, ‘의사 처방’과 ‘영양 불균형’ 주장

공단은 2021년 2월부터 3월까지 현지 조사를 통해 A씨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이 입원 환자에게 부당하게 식사를 제공했다고 판단하며, 공단 부담금 1,279만7,950원과 본인 과다금 1,265만1,370원을 합쳐 총 2,544만9,320원을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공단은 환자 식사가 의료법과 식품위생법령에 따른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의사의 처방에 의해’ 제공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단은 자율 배식이 의사의 처방에 따른 식사 제공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환수 처분의 근거로 삼았다.

A씨는 공단의 환수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박했다. A씨는 자율 배식이 의사 처방에 의한 것이며, 또한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 맞춰 식사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식사가 적절하게 제공되었고, 따라서 환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원, 자율 배식 금지 규정 없다고 판결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요양병원이 자율 배식을 제공한 사실만으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을 위반했다고 보지 않았다.


법원은 “요양병원에서 의사가 식사 관련 처방을 내리지 않았다거나 개별 환자에게 내린 구체적인 식사 처방 내용과 비교했을 때 이 병원의 자율 배식이 의사 처방을 따르지 않았다고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자율 배식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하며 공단의 환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 ‘자율 배식’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해석 비판


법원은 자율 배식이 영양소 섭취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유로 자율 배식이 의사 처방에 의한 식사 제공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치료식과 일반식을 구분하여 별도로 처방한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에는 입원 환자에게 ‘1식당 4찬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자율 배식 금지 규정 자체는 없다고 명시했다.

2016년 대법원 판례, 행정처분 해석에 대한 기준 제시

법원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침익적 행정 처분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며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16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행정 법규는 반드시 처분 대상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원칙을 충실히 따르며, 공단의 환수 처분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법원의 연이은 유사 판결, 자율 배식 관련 정부 처분 취소

이번 판결은 이전에 있었던 유사한 사건들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또 다른 요양병원에 대해 자율 배식을 이유로 내린 공단과 보건복지부의 행정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당시 사건에서도 공단과 복지부는 요양급여 환수와 과징금으로 12억 원 이상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취소했다.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의 입장

이번 판결을 맡은 법무법인 반우의 김주성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은 건보법상 요양급여기준 위반이 아니라 개별 법령 위반으로 인한 부당이득 환수는 극히 제한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경향을 충실히 따른 결과로, 의료법 위반이 직접적으로 요양급여 환수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의료법 위반이 있더라도 시정명령 또는 행정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요양급여 기준에 따른 진료행위와 그 대가 지급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번 판결을 '상식에 근거한 결정'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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