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수가 도입 논란, 해외 사례에서 드러난 부작용 우려

미국과 영국의 묶음수가 제도, 의료 서비스 질 저하 우려
성과기반 보상제도, 의료진의 집중과 관리 소홀로 이어질 위험
의료비 절감을 위한 정책 개편, 신중한 접근 필요

최근 정부가 일차의료 혁신 방안으로 묶음수가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묶음수가는 의료비를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된 유사 제도에서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와 부족한 의료 서비스 제공 위험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월,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묶음수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묶음수가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효율적인 비용 지출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를 통해 의료비 통제와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된 묶음수가 제도를 분석하고 그 부작용을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묶음지불제(Bundled Payments for Care Improvement, BPCI)는 에피소드 단위로 의료서비스를 묶어 지불하지만, 이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적인 의료 서비스나 재입원, 응급실 방문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서비스 제공이 부족하거나 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 환자들은 필요한 추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미국의 책임의료조직(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ACO)도 일부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지만, 비용 절감과 임상 결과 개선에 한계가 있었으며, 모든 ACO가 동일한 성과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영국의 경우, 성과보상지불제(Quality and Outcomes Framework, QOF)를 도입했지만, 초기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지속되지 않았다. 혈압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에서는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재정적 인센티브가 반드시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의료정책연구원은 묶음수가와 같은 성과기반 보상제도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묶음지불제도에서는 예산 내에서 치료가 이루어져 추가 검사나 치료가 어려워지며, 이로 인해 합병증 진단이 지연될 수 있다.


또한, 성과지표 충족에 집중하는 의료진이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나 종합적인 관리에 소홀할 우려가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 만족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료정책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의료비 절감 목적의 개편이 중증 또는 복합질환 환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많은 국가들이 증가하는 의료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를 개혁하고 있지만, 각국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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