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에 철강업계 위기감 최고조
美 트럼프 정부의 철강 고율관세로 수출길마저 막혀
장기화하는 노사 갈등에 임원 급여 삭감·희망퇴직 추진
현대제철이 악화된 경영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결국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글로벌 무역 환경 악화와 국내 철강 시장의 침체가 겹쳐 이미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장기화된 노사 갈등마저 지속되자 회사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현대제철은 14일, 임원들의 급여를 일괄적으로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제도를 검토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회사 전반에 걸쳐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를 추진하며, 특히 해외 출장 최소화,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 등 전방위적 경영 효율화 전략도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의 이번 조치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을 급격히 잠식하면서 국내 철강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철강업체들이 생산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철강기업들의 판매가 줄고 가격 경쟁력 또한 크게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제철을 비롯한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한국 철강 수출의 주요 시장 중 하나였기에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현대제철의 수출 실적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가운데 현대제철은 노사 갈등 장기화라는 내부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현대제철과 노동조합 간 임금협상은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650억원의 당기순손실에도 불구하고 노조에 1인당 평균 2650만원(기본급 450%와 추가 성과급 1000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가 제시한 수준의 성과급을 거부하고, 현대자동차와 같은 수준으로 더 높은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조의 파업과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회사는 이에 따른 추가적인 생산 차질과 비용 증가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회사가 현재 처한 경영상황과 글로벌 철강 시장의 위기를 감안하면 지금의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여력이 전혀 없다”며 “노사 협상이 계속 결렬 상태로 장기화할 경우 현대제철 뿐만 아니라 국내 철강 산업 전반으로 그 부정적 영향이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이번 비상경영 체제 전환이 단순한 위기 극복을 위한 임시적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 개혁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제철뿐 아니라 국내 철강업계 전반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생산 효율성 제고, 원가 절감, 노동유연성 확보 등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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