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기업회생 신청… 미정산 사태에 셀러 반발, 명품 플랫폼 전반 흔들

판매 대금 미지급 이어 기습 회생 신청… 입점사들 “법적 대응”
트렌비·머스트잇도 부진… 명품 플랫폼 업계 전반 ‘불안 신호’
전문가 “이커머스 관행적 성장 전략, 구조적 위기 초래”

사진 : 발란


국내 1위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발란’이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를 겪은 끝에 3월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번 결정은 자금 유동성 위기와 투자 유치 지연에 따른 단기적 자금 경색이 원인으로, 발란은 회생과 동시에 M&A 절차도 병행할 방침이다.

발란은 지난달 24일부터 입점 셀러들에게 판매 대금을 정산하지 못하면서 논란이 확산됐고, 소비자 구매 기능도 일시 중단됐다. 이후에도 정산 일정과 회생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셀러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두 차례 공지로 기만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올해 1분기 계획한 투자 유치가 일부 지연되면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며 “회생절차는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비용 절감을 통해 흑자 기반을 마련했으며, 회생 인가 전까지 외부 인수자를 유치해 빠른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발란은 매각 주관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으며, 조기 인수를 통해 자금 유입을 앞당기고 미지급 상거래 채권의 전액 변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유통업계는 발란이 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 정산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판매 대금 1조 원 이상이 미정산되며 업계 혼란을 불러온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닮은 점이 많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당시 약 4만 8천 개 업체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번 발란의 경우 입점 셀러는 약 1,300곳, 월 거래액은 300억 원 안팎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발란의 미지급 정산액 규모를 수백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업계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와 함께 명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트렌비, 머스트잇 등 경쟁 플랫폼들도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머스트잇은 79억 원, 트렌비는 3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기 급격히 성장했던 이커머스 산업이 엔데믹 이후 재정 건전성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이커머스 업계가 거래액 늘리기에 집중하는 관행이 문제”라며 “정부 차원의 감시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란은 2015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으며, 최근 3년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해왔다. 매출은 2021년 891억 원에서 2023년 392억 원으로 급감했지만, 판매자에 지급해야 할 미정산 대금은 같은 기간 84억 원에서 107억 원으로 증가했다.

최 대표는 “이번 회생은 모두가 함께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라며 “정산 기반 복원과 파트너와의 거래 지속을 위해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여전히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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