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의대 정원 증원 소송 새 국면…사법부 판단 변화 주목

의대생 4000여 명 본안소송 진행 중…정원 증원 결정 주체에 의문 제기
법원, 기존 소송 대부분 각하·기각…공공복리 이유로 증원 판단 정당성 인정
윤 전 대통령 직접 진술 요구…정치적 결정 의혹에 사법적 검토 필요성 제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그가 추진했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새로운 법적 논의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사법부가 기각하거나 각하했던 관련 소송들이 최근 다시 제기되며, 법원이 이전과는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4000여 명이 참여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는 최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정치적 변화와 관련 증거의 등장으로, 사법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이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내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해당 결정의 배후에 윤 전 대통령이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이번 본안 소송에서 윤 전 대통령을 참고인으로 직접 불러 그 배경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만약 지난해 법원이 증원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했다면, 윤 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구실로 더 과격한 대응에 나서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법부의 판단이 정치적 결과에 미친 영향을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행정법원과 고등법원, 대법원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여러 행정소송을 기각하거나 각하한 바 있다. 33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당사자 적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각하됐고, 서울대·연세대·부산대 의대생 및 전공의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역시 일부는 각하, 일부는 기각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재판부는 의과대학 교수와 전공의, 의대 준비생 등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며 소송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고, 의대생의 경우에는 원고 적격을 인정하면서도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지역 및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한 만큼, 이는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남아 있는 본안 소송은 전국 32개 의대 학생 1만3000여 명이 관련된 사건으로,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작 의대 정원 증원이 시행된 이후 전공의와 교수들의 대규모 사직,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등이 이어지면서 필수 의료 인력의 공백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측에서는 입시 계획 변경의 정당성을 다툰 소송도 있었다. 의대생과 수험생 등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대입전형 변경 승인 효력정지 가처분’도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해당 변경이 대학구조개혁에 해당하며, 대입 사전예고제 위반은 아니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일련의 판결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당시 정권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병철 변호사는 “법원이 증원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면 의료현장의 혼란과 과잉사망자 발생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법부 역시 의료대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퇴장으로 인해 정치적 환경이 급변한 가운데, 향후 사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해 어떤 법적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정치적 배경이 강조된 정책 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재해석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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