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 추진에 병원계 변화 가속…시설·인력 개편 움직임 활발
포괄2차병원 체계 대응 위해 전국 병원 대규모 투자 나서
의정갈등 이후 피해 최소화 위한 생존 전략…전문 인력 확보가 관건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그간 보류됐던 병원 시설 확대와 개편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의료계 집단행동 여파로 일시 중단됐던 외래센터 신축과 병동 리모델링 등이 속속 재개되며, 병원계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4일 병원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체계 개편과 포괄적 2차병원 체계 구축을 앞두고 전국 주요 병원들이 구조 전환에 발맞춘 대응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병원은 이미 대규모 증축에 착수했으며, 인공지능 기술과 스마트 시스템 도입을 병행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설비와 인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차질 이후, 병원들은 전공의 수 감소에 대비해 전임의 채용을 확대하고, 필수의료 기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의료체계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발판 삼아 대대적인 병원 증축에 나선다. 병원 측은 최근 확보한 주원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해 종합응급센터와 교육시설을 새로 마련할 계획이며, 노후 건물의 재배치와 함께 주차 공간 확충, AI 기반 진료 시스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양재욱 원장은 “전문의 중심의 진료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은 외래 공간 확장과 함께 방사선종양학과 개설, 로봇수술센터 신설을 추진 중이다. 노후 병동 리모델링을 이미 마쳤으며, 스마트병원 전환을 위해 AI 콜센터와 의료 사물인터넷 기술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동시에 퇴임 예정인 교수들을 대신할 신진 의료진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건국대학교병원은 그동안 추진하지 못했던 외래센터 증축을 본격화한다. 오는 6월부터 지상주차장 공사를 시작으로 연말에는 지상 3층 규모의 신관을 착공할 예정이며, 이 공간에는 초음파, 조직검사 등 진단 중심의 외래 진료 기능이 집약될 계획이다.
울산대학교병원은 복지부의 고난도 진료 인프라 첨단화 사업에 참여해 3년간 총 42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수술실과 방사선 치료시설을 확장한다. 병원 부지 내 신규 건물을 신축해 중증 진료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병원계의 변화는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포괄적 2차병원을 준비 중인 중대형 병원들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삼육서울병원은 9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신관 증축 공사에 돌입했다. 신관은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중환자실, 심뇌혈관센터, 음압 병상 등 필수의료 기능이 대폭 확장된다. 지역 공공의료 인프라를 보완하고, 포괄2차병원으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목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역시 어린이병원 신축 계획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수익성 문제로 지연됐던 사업이지만,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확대 정책과 맞물리며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소아 진료와 같은 공공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어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계는 이번 구조전환을 단순한 정책 참여를 넘어, 의정 갈등 이후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의료 인력 부족과 전공의 감소로 인해 진료 공백이 커지는 가운데, 구조전환을 통해 병원 운영 체계를 개편하고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전환 지원에 참여한 병원들을 보면,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며 “하지만 지금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성공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병원 투자 확대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편이 진행되더라도 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전공의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인력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구조전환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 수급이 병원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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