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내부 세대 갈등 심화…의대생 복귀 놓고 임원 간 설전

황규석 부회장 "의대생 복귀할 때" 발언에 박단 부회장 강력 반발
기성세대 '빠른 협상 통한 정상화' vs 젊은 의사 '근본적 개혁 필요' 대립
20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 앞두고 내부 결속 시험대 올라

대한의사협회 내에서 의료정책 대응을 두고 세대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최근 황규석 의협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의 의대생 복귀 촉구 발언을 두고 박단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 왼쪽 박단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 
     오른쪽 대한의사협회 황규석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

갈등의 발단은 지난 15일 황 부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의대생들은 학교로 복귀해야 하며, 정부와의 협상은 전공의와 학생이 아닌 선배 의사들이 책임질 문제"라고 강조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박 부회장은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황 부회장의 인터뷰를 공유하며 "선배들의 책임이라지만 정치권 주변만 맴돌 뿐 정작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단순한 개인 간 대립이 아니라 의협 내부에서 지속돼 온 세대 간 견해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황 부회장은 의료계 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와의 원만한 협상이 우선이라며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는 입장이다.


반면 박 부회장은 이번 갈등 상황을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양측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황 부회장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났을 당시에도 박 부회장은 협회 임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메신저에서 황 부회장을 비판하며 공개적으로 의견 충돌을 벌인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황 부회장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번 황 부회장의 발언이 오는 20일 개최되는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이번 궐기대회는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이기 때문이다.


만약 의대생들이 복귀를 거부하고 투쟁을 지속한다면, 이번 집회의 성패가 앞으로의 협상력과 결속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시도의사회와 개원의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총궐기대회가 결정됐다는 불만도 존재한다. 일부 지역에선 개원의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도의사회장들 가운데 이동수단 확보 등 현실적인 준비 부족으로 인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선 "개원의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대 규모의 서울시의사회장이 오히려 궐기대회의 분위기를 흐렸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논란이 커지자 황 부회장은 내부 메신저를 통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일 집회는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며, 의대생들의 복귀 문제는 수업과 실습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현실적 문제를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규모 유급이 현실화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소신 발언을 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기성세대 의사들의 온건 협상론과 젊은 의사들의 개혁 필요성 간의 근본적 인식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20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계기로 내부 결속 여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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