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2억2641만원 배상 판결로 확정…병원과 유족 모두 상고 포기
입원 기간 중 87% 넘는 시간 신체 구속…유족 "진상 규명 위해 형사소송 재개"
민사 책임은 인정됐지만 약물 과다투약 등 핵심 쟁점 여전히 남아
정신병원에서 입원 환자를 장시간 신체 구속(강박)했다가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병원 측이 유족에게 2억여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해당 병원과 유족 측 모두 판결에 대한 상고를 하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는 지난달 27일 사망 환자 김형진(가명·당시 45세) 씨의 유족이 춘천예현병원을 운영하는 윤영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측에 2억264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 모두 상고 시한인 지난 11일까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다.
김씨는 2021년 12월 편의점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춘천예현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그는 입원 후 총 12일 동안 병원에 머물렀으나, 그 중 87%에 해당하는 251시간 50분 동안 침대에 신체가 묶여 있었다. 특히 숨지기 직전까지의 마지막 강박은 66시간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입원 당시 특별한 건강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결국 2022년 1월 8일 아침 6시경 병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고, 이후 유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민사소송의 상고를 포기하는 대신 형사 책임을 물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유족을 대리하는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경찰 단계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가 무혐의로 불송치됐으나, 이에 대해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전 부인 박지은(가명) 씨는 “이번 민사소송은 일부 의미가 있었으나 병원 측의 책임을 충분히 밝히지 못했다”며 “형사 재판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고인의 명예를 회복해야만 다른 환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유족 측은 지난해 4월 춘천예현병원을 상대로 5억2500만원 규모의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며 절반 가까운 금액을 배상금으로 책정했으나, 유족 측은 병원의 행위를 단순한 ‘과실’이 아닌 ‘고의적 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 법원은 병원의 통신 자유 침해 등 일부 과실을 보다 명확히 인정했지만,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과도한 약물 투여에 대한 병원 책임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병원의 중대한 과실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춘천예현병원의 운영자인 윤영의료재단 대표 양기영 원장은 지난해 10월 별도 사건으로 환자 치료 관련 진료 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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