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수특화 기능 강화 대상에서 뇌혈관 분야 제외 방침
전공의 공백 막은 병원들 “현장 기여 무시한 역차별” 반발
포괄 2차 종합병원 요건도 미충족…지원 사각지대 우려
보건의료 개혁을 통해 전 국민이 적시에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정부가 본격적인 개혁 실행에 나섰지만, 필수의료 분야에 의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과 함께 필수기능 특화 병원 지원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3년간 약 2조3000억원을 투입해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필수의료 제공에 기여하는 중소병원들을 지원하고, 화상·소아·분만·수지접합 등 인프라가 부족한 분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 사업의 지원 대상에서 뇌혈관 분야를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현장 의료기관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심뇌혈관질환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중복 지원이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뇌혈관 질환에 특화된 전문병원은 에스포항병원, 명지성모병원, 대구굿모닝병원, 청주효성병원 등 총 4곳이다. 이들 병원은 전공의 공백 사태로 혼란을 겪던 의료 현장에서 중증 뇌혈관 질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지키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실제 이들 병원의 뇌혈관 관련 수술은 최근 2년간 크게 증가했다. 2023년 대비 2024년에는 평균 36.8% 증가했으며, 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2024년 4월 이후에는 무려 43.3%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현재 참여 중인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의 연간 지원금은 최대 3억9400만원에 그치며, 실질적 운영비 지원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의료진에게 직접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24시간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병원들의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필수특화 기능 강화 사업은 연간 1000억원 규모로 예고되며, 실질적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의 재정이 투입된다. 이에 뇌혈관 병원들은 “동일한 공공성과 필수의료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병원이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해당 사업 참여 조건으로 연간 350종 이상의 수술·시술 항목을 요구하고 있지만, 뇌혈관 질환 중심의 병원들은 구조적으로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병원장은 “지난 1년간 뇌혈관 분야 최전선에서 국민 생명을 지켜온 우리가 이번 정책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뇌혈관 질환은 환자의 생명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최고도 필수의료임에도 불구하고, 정책 설계에서조차 고려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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