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먹는 낙태약 '미프진' 도입...찬반토론

- 찬성 : WHO에서 '미프진'을 필수 핵심의약품으로 지정한 것을 근거로 안전한 약물임을 거듭 강조
- 반대 : 여성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미프지미소의 가교임상이 반드시 필요

미프지미소'.. 일명 미프진으로 유명한 '먹는 낙태약'의 국내 허가·도입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WHO는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낙태약이 필요한 여성들과 시민단체들의 약물 도입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식약처는 미프진을 가교 시험 없이도 국내에 허가·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및 종교계는 반대 의사를 명백히 표명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 미프진이란 어떤 약?
현재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술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병원 방문의 어려움, 수술의 위험성 등을 이유로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해외에서는 1980년대 프랑스에서 개발한 먹는 낙태약 '미프진'을 통해 간편하게 임신중절을 행하고 있다. 병원에 갈 필요없이 간단하게 임신중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당연히 수술보다 약물 사용을 선호한다. 특히, 마취 등 수술 중 다른 시술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 미프진과 사후피임약의 차이는?
미프진은 사후피임약과 정반대의 호르몬 조절 기작으로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게 해주는 약물이다.

- 사후피임약 : 생식주기를 조절하는 프로게스테론을 과분비시켜 수정을 막음
- 미프진 : 주요 성분인 미페프리스톤이 프로게스테론 분비를 억제해 이미 생성된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하는 걸 막음

사후피임약이 최대 72시간 안에 사용해야 하는 반면 미프진은 국외에서 일반적으로 임신 12주 내 사용을 허가한다.


▲ 자료 : 여성민우회


◆ 미프진의 부작용은?
수술보다 안전성과 효과가 크다고 해서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복용자의 8% 정도가 두통, 복통 또는 착상되지 않은 수정란과 수태물이 몸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의 과출혈 등 작은 부작용을 겪는다고 한다.

또한 복통과 출혈에도 불구하고 유산이 되지 않거나 불완전 유산이 될 경우, 임신 초기 인공중절 수술을 하는 것보다 출혈, 염증, 자궁 손상 등의 부작용 위험성이 커지며, 심할 경우 자궁 적출을 해야 할 정도로 다음번 임신에 문제가 될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8주 전까지는 임신중단률이 100%에 가깝지만 그 이후부터는 중단률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해 적절한 시기의 투약과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 해외의 경우는?
'미프진'은 이미 해외에서 대중적으로 복용되고 있다. 심지어 의료진의 감독도 없이 우편이나 택배로 유통될 정도로 접근성이 높아진 국가도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를 핵심의약품으로 지정했다며 해외에서는 '미프진' 도입 이후 약물 임신중절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미프진'은 현재 67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복용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WHO도 이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방법으로 공인했다.


◆ 국내 도입 가능성은?
이에 올해 7월 한 제약사가 식약처에 '미프지미소'라는 먹는 낙태약에 대한 품목 허가를 신청하였다.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미프진)'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 4정으로 구성되었다.

- 미페프리스톤(미프진) : 임신 초기 자궁 내막 발달을 돕는 황체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해 자궁 내막을 파괴하고 태아를 자궁에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함
- 미소프로스톨 : 자궁 수축·자궁 경부 이완 작용으로 태아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도입을 논의 중인 약물이다. 또한 해외 임상 결과만 있을 뿐 국내 가교임상 결과가 없어 안전성에 대해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은 해외 직구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고, 거래되는 약물이 오남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ㅣ가교임상이란?ㅣ
인종적 요인의 차이로 외국 임상 자료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을 한국인 대상으로 확인하는 시험이다. 가교임상을 진행하게 되면 품목허가 결론을 내기까지 최소한 1년의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 해외에서 인정된 의약품
찬성측에서는 WHO에서 '미프진'을 필수 핵심의약품으로 지정한 것을 근거로 안전한 약물임을 거듭 강조한다. 또한 30여 년 전 생산된 후 해외에서 꾸준히 활용되면서 사실상 안정성도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미프진 사용이 허가된 나라들에선 이미 아시아인들도 복용하고 있다. WHO에서 필수 핵심의약품으로 지정했다는 것은 전문적인 의료통제 없이도 복용이 가능한 안전한 약물이라는 의미이다. 오히려 임신중절을 위해 병원을 찾거나 비용을 마련하는 시간 등으로 임신중절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 가교임상도 불필요
"미소프리스톨은 위궤양 치료는 물론 90년대부터는 산부인과에서도 임신중절 목적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페프리스톤은 임신중절의약품으로 외국에서 오래 쓰였으며, 인종적 차이가 적은 대만, 홍콩 등에서도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미프진 복용 사례도 매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외국 데이터가 한국인과 유사할 경우 자료만으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약 2년에서 3년이 걸리는 가교임상을 생략할 필요가 있다"


◆ 불법 유통을 근절
"먹는 낙태약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온라인에서는 '밀거래'가 횡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불법으로 거래된 임신중절약의 안전성은 담보될 수 없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안전한 임신중절약의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기에 불법 유통의 문제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온라인 불법 거래 단속 강화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여성들이 안전한 임신중절약을 먹을 수 있도록 미프진 도입을 서두르는 것이다"






◆ 여성 건강에 악영향
"미프진과 관련해 의사들은 여성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통증과 하혈을 야기할 수 있고, 집에서 혼자 먹었다가 출혈 등으로 쓰러져 늦게 발견되면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임신중단을 허가한 다른 나라에서도 미페프리스톤 단일제(미프진)를 사용하지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쓰는 경우는 드물다. 병용 용법에 대한 데이터도 현저히 부족하다. 특히 미페프리스톤의 경우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없지만 미소프로스톨은 유산이나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해외 보고가 많다. 이 약을 투여받은 여성에게 기형 위험을 알려야 하며 태아가 약에 노출되면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산부인과의사회)


◆ 종교계의 반대
"이 약은 여성이 사용하는 것으로, 낙태약 판매를 허용한다는 것은 결국 이 사회가 생명에 대한 책임을 다시 한번 손쉽게 여성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낙태약 판매가 여성 존엄성과 권리를 더욱 훼손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카톨릭생명윤리연구소)


◆ 의료윤리협회 반대
"낙태와 임신중절약이 합법화된다면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책임감이 약해지거나 낙태를 쉽게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아직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청소년이 임신중절약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즉 낙태약 판매는 여성 존엄성과 권리를 더욱 훼손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 신중하게 접근해야
"만약 진단이 안된 상태에서 자궁 외 임신을 한 사람이 약을 먹으면 시기를 놓쳐 조직이 파열되고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 있다. 또한 먹는 낙태약이 낙태 시술보다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다"


◆ 가교임상을 거쳐야
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미프지미소의 가교임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에 나섰다. 특히나 미소프로스톨에 태아가 노출될 경우 뫼비우스 증후군, 양막 띠 증후군, 중추신경계 이상과 관련한 기형이 발생할 수 있어 여성과 태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 사례를 가져와 타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신약이면 이를 절차에 맞게 심사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를 편의성 때문에 생략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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