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찬성 vs 반대

-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한 다른 질병이 많은 상황에서 탈모약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
- 탈모도 건보를 적용한다면 사회적 편익이 더욱 커질 것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탈모약 국민건강보험 적용' 공약이 연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탈모인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으나, 의료계를 포함한 일각에서는 이 공약이 국가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킬 수 있는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한 다른 질병이 많은 상황에서 탈모약을 최우선으로 과제로 삼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찬성 측에서는 국민 건강 관리 측면에서 탈모약을 건강 보험 범위 안에 포함시키는 것도 따져 볼 필요는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3월 대선을 앞두고 '탈모 치료제' 관련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 비용 부담이 큰 탈모 치료제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천150억 원대 규모인 한국 탈모 치료제 시장은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두 성분의 제품들이 주류를 이끌고 있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경구용 탈모치료제로, 국내에서는 2000년 다국적 제약사 MSD가 오리지널 의약품 '프로페시아' 출시로 처음 도입됐다. 현재 프로페시아는 출시 후 줄곧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이 약의 국산 제네릭(복제약) 중에서는 '모나드'가 선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치료제들은 장시간 꾸준히 사용해야 하며, 치료 중단 시 탈모가 재발할 수 있는 등 효능에 한계가 있다.

프로페시아는 한 달에 5만~6만원, 아보다드는 한 달에 3만~4만원이 들어 장기 복용에 따른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제네릭을 복용한다고 해도 여전히 연간 수십만원이 들게 된다. 또한 모발 이식의 경우 2000모당 300만~500만원의 비용이 부담되고 있다.


"일부 회사가 원천 치료 신약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탈모 치료제는 복용을 중단하면 탈모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부작용과 비용 등이 부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제약업계)


▲ 본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탈모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상황
현재 탈모증 치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고는 있어 연간 400억원에 가까운 건보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탈모 진료 인원 1인당 진료비>
- 2016년 : 12만 6000원
- 2020년 : 16만 6000원(31% 증가)

<탈모 치료에 들어간 건강보험 총 진료비>
- 2016년 : 268억원
- 2020년 : 387억원

다만 노화와 유전으로 인한 탈모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즉, 병적인 탈모(지루성 피부염, 스트레스성 탈모)로 병원을 찾았을 때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은 일반적 탈모 치료를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로 간주해 비급여 대상으로 못 박고 있다. 딸기코·점·여드름 치료·발기부전·쌍꺼풀수술·코성형수술·지방흡인·주름제거·치과교정 등도 마찬가지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으로 탈모 치료에 공공보험을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


◆ 건보가 적용되면 얼마나 저렴해질까?
"보통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전문의약품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 환자부담금은 대략 10~30% 정도이다. 1정에 1500원인 제네릭 제품을 10정 산다고 가정하고, 환자부담금 30%를 적용하면 환자는 1500원짜리 탈모치료제를 4500원에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달로 치면 4만5000원인 제품을 1만3500원에 살 수 있다"(제약업계)





◆ 탈모는 사회적 질병
"탈모 환자들의 경우 개인 생활,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좌우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만큼 단순 미용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탈모 진료 비용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로 실제 연령대별 진료비를 보면 20~30대 비율이 굉장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사회적 질병 때문에 고통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탈모약은 계속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담이 될 수 있고 약을 복용하지 말라고 하기에는 가혹하다.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 보험급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약사)


◆ 건보 재정 내에서 감당 가능
"현재 한 해 전체 건강보험 예산은 600조가 넘어가고 있다. 이 중 탈모 경구용 치료제에 건보를 적용할 시, 정부 재정 부담은 매년 약 770억 원가량이라고 추산되는데 이 정도는 사회가 함께 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 정부가 부담할 수 있다"


◆ 사회적 편익의 증가
"과거 스케일링과 어르신 임플란트도 미용 목적·고급 의료 행위로 여겨졌지만, 나중에는 건강을 해쳐 사회적 비용이 건보 적용보다 더 커진다는 합의가 있었다. 이처럼 탈모도 건보를 적용한다면 사회적 편익이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보험 수가가 적용되면 이용하는 사람이 늘기 때문에 제약사에서는 적정이윤을 낮추기 위해 약 값도 낮춰질 수 있다"(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_





◆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
"비급여인 탈모 치료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면, 미용성형 및 피부과 영역의 수많은 시술과 치료들도 같은 반열에서 급여화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건강보험 보장률인 80%에 크게 못 미치고 있고, 결국 우리는 주요 질병으로 인한 직접 의료비 부담이 여전히 큰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도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가파르게 건강보험료를 높일 수밖에 없다. 생명과 건강에 직접 관련성이 낮은 탈모 치료에 연간 수백억원 내지 천억원대 건강보험 재정을 지출한다면, 장차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적으로 죽고 말 것이다"(이상이 교수)


◆ 건강보험 우선순위의 원칙에 위배
"공동체의 돈(보험료·세금)은 급하고 필요한 질환에 쓰는 게 대원칙인데, 탈모를 급여화하면 우선순위가 어그러지는 것이다. 탈모 치료는 미용인데, 성형·미용은 건강보험 원리에 안 맞는다. 이 후보 논리라면 보톡스 시술, 성형수술, 지방흡인술, 쌍꺼풀, 유방확대수술에도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예방의학과 교수)


"탈모를 겪는 분들의 심정도 이해는 하지만 암 환자들은 항암제 건보 적용이 되지 않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다. 한정된 건보 재정을 탈모 치료제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고가의 치료제 문제 등으로 인해 절벽에 서있는 암 환자들에 대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 포퓰리즘 정책을 경계해야
"4년 전 문재인 케어 때도 단순노화·남성형 탈모는 급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탈모인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이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가 보다.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다. 건보 재정 상황을 안다면 쉽게 꺼내지도, 추진할 수도 없는 일이다"(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 근본적으로 해결해야...카피약 지원
"곧 고갈될 건보재정은 건드리면 안 될 것이다. 탈모약 제네릭(동일 성분의 카피약) 가격을 낮춰서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대표적 탈모약 프로페시아는 1정에 1800~2000원인데 첫 번째 카피약 모나드는 1정당 1500원이다. 카피약의 가격을 오리지널 약의 30~40%까지 떨어뜨린다면 1정당 600~800원 수준이 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지 않아도 탈모인들의 부담을 대폭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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