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법은 ‘의료 관련 범죄 그 자체’의 경중이 아니라 ‘의료 관련 범죄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선고된 형’의 경중에 따라 의료인 결격과 면허취소 여부를 결정
최근 대법원은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해 '배임수재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의사에 대한 면허취소는 적법하다고 판결을 내려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22일 확정했다.
피고인 의사는 면허 취소사유인 '의료법 위반에 따른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분이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의료 관련 범죄'에 대한 형의 경중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의사 A씨는 2009~2017년 기간 동안 의약품 회사 임직원들로부터 일명 ‘불법 리베이트’ 5억여 원을 받았다는 사실로 기소됐다. 그동안 의료계의 불법 리베이트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병원이나 의‧약사들에게 자사 의약품을 써달라며 금전 또는 물질적인 뇌물을 수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해당 건과 관련된 형사판결에서 재판부는 A씨에게 의료법 위반죄와 배임수재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2018년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확정됐다.
복지부는 이 같은 판결을 바탕으로 2018년 말 A씨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자’를 의료인 결격 사유로 정한다.
하지만 A씨는 복지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형사 판결에선 배임수재죄와 의료법 위반죄에 대해 ‘상상적 경합범’으로 처벌됐는데, 의료법에 따라 면허취소를 하기 위해선 이 중 의료법 위반에 대한 형량만을 별개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먼저 “의료법은 ‘의료 관련 범죄 그 자체’의 경중이 아니라 ‘의료 관련 범죄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선고된 형’의 경중에 따라 의료인 결격과 면허취소 여부를 결정토록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상적 경합은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 과형상 한 개의 죄로 처벌하는 것”이라며 “상상적 경합범이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된다는 것은 가벼운 죄가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된다는 것이지, 가벼운 죄는 그 처벌을 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처벌 조항’이 도입된 경위와 함께 의료인에 대한 공공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의료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의료인 면허를 박탈토록 한 의료법 취지에 비춰 보면, 사회 관념상 같은 행위에 대해 하나의 금고 이상 형이 선고된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은 위에서 상고 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 해석 및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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