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던 간호법 급제동…그 이유는?

- 간호법 논의는 9월 혹은 10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
- 국회가 여야 입장대립으로 인해 아직 국회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는 '휴업' 상태가 길어지는 상황

최근 급물살을 타던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인 '간호법' 입법에 제동이 걸렸다.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단체의 거센 반발에 정치권이 법안 처리에 부담을 느끼며 간호법의 국회 법사위 상정이 지난 26일 불발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간호법 입법은 하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의료계는 간호법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계의 숙원 과제다.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분리해 독립된 법체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70여 년 전에 제정된 의료법으로는 간호사의 업무 영역이 명확하지 않아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등을 담은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간호계의 주장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 관계자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의 업무가 간호사에게 떠넘겨지면서 간호사가 불법행위의 당사자가 되거나, 휴식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과로에 시달리는 문제가 빈번하다"며 "간호법은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협은 간호법이 지정돼야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지고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간호 수요가 늘어나자 간호법 제정 움직임이 탄력을 받았다.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처우 개선 기본 지침 제정, 환자 안전을 위한 적정 간호사 확보·배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반면 의사단체와 간호조무사단체 등은 간호법을 '직역 이기주의 악법'으로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법이 통과되면 직역 간 협업을 바탕으로 했던 의료체계가 무너져 공중 보건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직군에서도 단독법 제정 요구가 잇따르면서 의료 협업에 균열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 국회의 상황은?

이러한 양측의 팽팽한 입창 차이 속에서 간호법 논의는 9월 혹은 10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가 여야 입장대립으로 인해 아직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는 '휴업' 상태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6월 지방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내부 갈등을 겪으며 전당대회 이전엔 구체적인 입법 논의가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6일 "구체적인 입법 논의를 하기엔 국회 내부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태"라며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을 두고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7월과 8월엔 국회 직원 휴가가 몰려있고 전당대회까지 앞두고 있어 간호법 상정이 그전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6.1 지방선거에 패배한 뒤 내부적으로 큰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행부가 총사퇴한 가운데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엔 합의했지만 비대위원장 인선과 전당대회 규칙 설정 등 여러 부분에서 내부 충돌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선 참패와 더불어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친이재명계와 반대파의 내부 갈등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밀던 간호법 제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동시에 국회 후반기 원 구성도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선출을 놓고 여야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공백 사태고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장부터 우선 선출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 측은 원래 약속대로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가져가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6월 말까지 원구성을 목표로 본격적인 협상을 예고한 상태지만 갈등이 쉽게 조율되지 못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상황에 밝은 의료계 관계자는 “지선 참패와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갈등 등이 겹치면서 현재 민주당이 입법 논의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내부 갈등 해결과 당내 분위기가 안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간호법 논의도 9월이나 10월 혹은 그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서 간호법이 상임위인 복지위에서 워낙 급하게 통과되다 보니 여러 쟁점 사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법안 상정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부작용이 우려되는 사항에 대해 찬반 논의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원 구성 자체가 늦어지면서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개최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여야는 아직 청문회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김승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제출일부터 20일 안에 청문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데 만약 이 안에 청문이 끝나지 않을 시, 대통령이 10일 안에 청문보고서를 다시 보내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마저도 기한이 지날 경우 청문없이 바로 장관 임명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장관직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인준직이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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