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인부담금 할인을 통한 환자유인행위는 과잉진료로 이어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 많아
- 행정제재는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어
환자를 치료한 후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준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은 치과 의사가 벌금에 이어 면허정지 처분까지 확정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치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인천지방법원은 2018년 8월22일 인천 소재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 A씨에 대해 2018년 2월9일부터 동월 28일까지 내원한 환자 D씨 등 5명을 상대로 스케일링 등의 진료를 하며 국민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총액 8만 6900원 중 6만 1900원을 할인했다는 요지의 범죄사실에 구 의료법(2019년 4월23일 법률 제163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호, 제27조 제2항을 적용해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했고, 그 무렵 이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어 복지부는 A치과의사의 행위가 현행 의료법 상 금지하고 있는 환자 유인알선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의 치과의사 면허 2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 그밖에 유인하거나 사주하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A씨는 직원의 실수로 할인됐을 뿐 의료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면서 징계수준이 과도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약식명령이 확정된 이상, 원고가 본인부담금 할인의 의료법 위반행위를 했고 고의도 있었음을 전제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특히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의 위법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해석을 내놨다. “본인부담금 할인을 통한 환자유인행위는 과잉진료로 이어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의료기관들의 과당경쟁을 불러와 의료시장 질서를 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가 의료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드는 원고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의료법상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주는 행위에 대해 처벌받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내가 착오로 인하여 실수를 한 것 같다’는 취지의 원고 진술이나 경영 실장 E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의 ‘데스크 신입직원의 실수로 본인부담금 할인이 이루어 졌다’는 취지의 추상적인 기재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 사유와 같이 환자들에게 본인부담금 할인이 이뤄진 것이 원고의 고의 없이 발생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가하는 제재조치는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해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며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면허정지 기간 중 대진의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만큼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크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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