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사회, 약 배달 앱 업체의 광고 행태와 관련해 고문변호사 법률조언을 통해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의견 회신을 토대로, 고발조치 등을 염두
- 의료계에서는 원하는 약 처방 서비스를 비롯한 비대면 진료·처방 및 약 배달에 대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비대면 ‘원하는 약 처방’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는 최근 ‘원하는 약 처방받기’ 베타 서비스를 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앱 사용자가 6개로 분류된 카테고리 내에서 원하는 약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의사의 전화 채널을 통한 비대면 진료를 거쳐 해당 약을 처방받고, 이를 퀵이나 택배 등으로 수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해당 서비스가 현행 의료법 및 약사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이렇다 할 제재가 없어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약 배달 플랫폼은 '복지부로부터 공문을 받지 못했다. 현재 베타서비스 기간으로 서비스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관련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닥터나우앱 사용자는 9일 기준 ▲탈모치료제 7개 품목 ▲다이어트 관련 4개 품목 ▲피부/여드름 치료제 8개 품목 ▲인공눈물 1개 품목 ▲소염진통제 3개 품목 ▲기타 4개 품목 등 총 27종의 의약품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또한 ‘BEST 약품’에선 소비자가 많이 찾는 인기 약품도 확인이 가능하며 순서대로 탈모치료제 ‘피나온정1mg’, 여드름치료제 ‘이소티논 연질캡슐10mg’, 지방흡수억제제 ‘리피다운120mg’, 탈모치료제 ‘두타윈 연질캡슐0.5mg’, 여드름치료제 ‘크레오신티 외용액1%’ 등이다.
다만 앱에는 ‘처방 가능 여부는 의사가, 약 가격은 약국이 결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에 닥터나우 측은 앱 공지를 통해 “보건복지부 지침, 추진 법률근거에 100% 기반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에 따른 처방약에 대해서만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의약품의 유통과 배달·택배 이용은 절대 불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원하는 약 처방 서비스를 비롯한 비대면 진료·처방 및 약 배달에 대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기본적으로 환자에 대한 의약품의 필요성과 적절성을 평가해 처방하는 것이 현행 보건의료체계 내에서의 의료행위”라며 “그러나 ‘원하는 약 처방’ 은 소비자가 원하면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념에서 처방을 받을 수 있게끔 해 놓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의사들의 적절한 진료와 처방을 통해 의약품 구매가 이뤄지는 보건의료체계가 잘 구축돼있었다면 이 서비스가 이상하다고 느껴져야 한다”며 “환자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지금의 체계 내에서도 약을 ‘요구하면은 처방하는’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환자가 처방을 원하는 의약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이후 자동으로 특정 의사와 연결이 되는 과정에서 해당 의사와 환자 간 어떤 방식으로 매칭이 된 건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클릭만 하면 자신이 선택 불가능한 의사와, 선택 불가능한 방식으로 매칭이 된다”며 “이 자체로 의료 알선 행위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3항은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ㆍ알선ㆍ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건당국도 이미 원하는 약 처방 서비스에 대해 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한 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6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최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 세미나에서 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전문의약품을 선택해서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높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고 과장은 “약사법과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어 해당 업체에 공문 조치를 했다”며 “위법 소지가 높은 부분에 대해 시정 조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고, 향후 비대면 진료 시행 시 그런 부분들이 안 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플랫폼 업체가 의료정보를 갖고 있는 건 불법”이라며 “의사가 갖고 있어야 되는 것이며, 그 다음에 환자가 선택해 의사한테 받는 것이다. 다만 이제 대면 진료나 비대면 진료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 과장은 “환자나 의사의 선택권이 유지되는 선에서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달된 공문이 ‘원하는 약 처방’ 서비스를 멈추지는 못했다. 닥터나우 측은 베타 서비스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환자가 대면진료를 받을 때나 진료 요청서를 작성할 때 의사에게 기존 복용약이라든지 복용 이력을 구두나 서면으로 전달하는데 이를 그림으로 시각화해 먼저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사에게 진료 요청서를 보내줬다는 개념”이라며 “진료를 통해 의사의 판단에 따라 처방이 바뀔 수 있다. 무조건 요청대로 처방해 준다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복지부를 비롯해 의사, 약사들께서 많은 의견을 주고 계시다”며 “법적인 것 뿐만 아니라 심리, 정서상 우려가 되는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해당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법 준수를 요청하는 내용의)공문을 보낸 것은 맞다”면서도 “우선은 의료법 위반이 우려되는 여러 가지 서비스들을 포함한 공문이었기에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후 업체들의 상황을 보고 향후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법률적인 부분은 조금 더 엄밀하게 검토를 한 뒤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약사회도 약 배달 앱 업체의 광고 행태와 관련해 고문변호사 법률조언를 토대로 고발조치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 배달 앱 업체의 광고 행태와 관련해 고문변호사 법률조언을 통해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의견 회신을 토대로, 고발조치 등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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